교활
상태바
교활
  • 충청투데이
  • 승인 2016년 12월 20일 18시 22분
  • 지면게재일 2016년 12월 21일 수요일
  • 20면
  • 지면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낱말속 사연]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교활. '간사하고 잔꾀가 많다'는 뜻이다. "그 녀의 입가에는 교활하기 그지없는 미소가 흘렀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교활한 놈들의 꼼수가 판치는 세상이 됐다" 한자로 '狡猾'이다. 교활할 狡, 교활할 猾이다. '교와 활'은 모두 전설 속의 동물로 중국 기서인 ‘산해경’에 처음 등장한다.

'狡'는 개처럼 생겼지만 온몸에 표범 무늬가 있다. 머리에 쇠뿔이 달려 있다. 이 동물이 나타나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그러나 이 동물은 무척 간사해 나타날 듯 말 듯 애만 태우다가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猾'은 생김새는 사람과 같고 온몸에 돼지처럼 털이 숭숭 나 있다. 동굴에 살면서 겨울에는 줄곧 깊은 잠을 잔다. 도끼로 나무를 찍는 듯한 특이한 소리를 낸다. 이 동물이 세상에 나오면 온 천하가 혼란에 빠진다. 판도라 상자가 열린 것처럼 말이다.

'狡'와 '猾'은 자주 함께 친구처럼 다닌다. 호랑이 등 천적을 만나면 삽시간에 몸을 똘똘 말아 탁구공처럼 변신하다 으르렁거리는 호랑이 입속으로 튀어올라 몸속으로 들어간 뒤 내장 등을 마구 파먹는다. 결국 호랑이는 죽는다. 그러면 입속으로 나와 본 모습으로 돌아와 미소를 짓는다. 이른바 '교활한 미소'다. 이처럼 '교활'의 의미는 '교’와 ‘활'의 동물의 성격에서 비롯됐다. 그러니까 '교활'은 원래 동물이었지만 있어서는 안 될 데카당스(쇠락, 퇴폐)의 원흉이다.

불행이도 '교활'이 우리에게 나타났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온 세상을 혼란스럽게 했다. 아니 재앙을 가져 왔다. 호랑이를 죽이듯 악랄하게 나라를 흠집 냈다. 아니 짓이겨 놓아 수선이 불가능할 정도다. '교활'은 다름 아닌 국정을 농단(壟斷)한 인간들이다. 참으로 교활한 놈들이다. '활'은 활보하며 마각(馬脚)을 드러낸 반면, '교'는 역시 오리발로 일관하며 끝내 속내를 감추려 한다. 어둠에 모습을 감춘 이 동물을 잡기 위해 사냥꾼들이 곳곳에서 무기(촛불)를 들고 나섰다. 그러나 역시 교활해서 잡기에 어려움이 많다.
빠른 검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