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문턱에 선 사람 데려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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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문턱에 선 사람 데려오기
  • 충청투데이
  • 승인 2017년 01월 15일 16시 11분
  • 지면게재일 2017년 01월 16일 월요일
  •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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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 충남소방본부장
[아침마당]

제목이 으스스하다. 119가 심장박동이 정지된 환자를 되살리는 이야기이다. 심장박동이 멈추면 죽는다. 곧장 심장을 다시 뛰게 하면 저승문턱에 선 사람을 데려올 수 있다.

지난해 11월 9일 새벽 3시경 충남 홍성군 홍북면에 사는 송모 씨(59·남)는 갑작스럽게 가슴에 통증을 느끼고 구토를 하면서 쓰러졌다. 보호자가 빨리 신고했고 119구급대가 4분 만에 도착했지만 그때 송 씨의 심장은 뛰지 않는 상태였고 의식도 없는 상태였다. 구급대원들은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신속하게 송 씨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다행히도 송 씨는 다시 살아났고 지금도 살고 계신다.

하지만 송 씨처럼 심정지환자가 다시 살아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2016년 전국평균 심정지환자 소생률은 3.7%에 불과하다. 충남의 소생률이 5.8%이니 전국평균보다 2.1%p 높으며 도 중에서는 제일 높다. 그러나 3년 전인 2013년 충남의 소생률은 1.6%에 불과했으며 충남소방본부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119에서 심정지환자의 소생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급차의 현장 도착 시간을 줄여야 한다. 충남소방본부에서는 69개였던 구급대 출동거점을 사각지대인 면 지역 위주로 늘려 현재 94개가 됐다. 그 결과 2013년 9분 32초였던 구급차의 평균 현장도착시간이 2016년에는 5분 49초로 줄었다. 단축된 시간만큼 일찍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조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19대원 중 심폐소생술을 통하여 심정지환자를 소생시킨 대원에게는 ‘하트세이버’라는 명예로운 칭호와 함께 배지를 수여하는데 충남소방본부의 하트세이버가 2014년 79명, 2015년 162명, 2016년 256명 배출돼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우연한 결과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또 119신고전화를 받는 상황실 근무자가 신고단계에서 심정지환자를 구분해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신고자가 적절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2016년 충남소방본부의 심정지환자 사전 인지율은 전국평균보다 6%p 높은 76%였다.

이 외에도 충남소방본부는 현장 구급대원이 영상을 통해 지도의사의 의료지도를 받으면서 응급처치를 하는 스마트 의료지도시스템을 일부 지역에 도입하고, 구급대원에게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신형 구급장비를 보강하는 등의 심정지환자 소생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을 추진했다.

이렇듯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소생률이 10%가 넘는 국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심정지환자의 소생 여부는 심장박동이 정지된 직후에 실시되는 심폐소생술에서 좌우되므로 일부 선진국과 같은 수준으로 소생률을 높이려면 심정지환자의 목격자가 되는 일반인들의 심폐소생술 능력이 절대적인 관건이 된다.

저승 문턱에서 사람을 되돌릴 수 있는 심폐소생술을 배우려면 소방서에 요청하면 된다. 소방서에서는 심폐소생술을 가르치는 교육장을 상시 운영하기도 하고 단체를 대상으로는 출장교육까지 하고 있다. 최근엔 119수호천사로 불리는 여성의용소방대원을 통한 심폐소생술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심폐소생술 교육에 대한 자료는 인터넷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것들 중 재미있는 하나를 소개한다. 심폐소생술 매뉴얼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 있다. 노랫말대로만 하면 심폐소생술이 된다. 힙합리듬으로 되어 있어 신이 나고 박자는 심폐소생술 빠르기에 맞추어져 있다. 유튜브에 'CPR Song'으로 검색하면 뮤직비디오가 뜨니 감상하며 익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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