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의 안전을 책임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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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나의 안전을 책임지지는 않는다
  • 충청투데이
  • 승인 2017년 02월 12일 18시 29분
  • 지면게재일 2017년 02월 13일 월요일
  •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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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 충남도 소방본부장
[아침마당]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공무원이 ‘이 따위 말을 하다니…’ 하면서 화를 내시는 분도 계실 것 같다. 물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거나 사고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법과 제도를 만들고 대응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그 법을 지킴으로써 자신을 안전하게 하는 주체는 각 개인이라는 말이고, 뒤집어 표현하면 법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발생된 피해에 대한 책임은 그 법을 지키지 않은 당사자에게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자극적인 제목을 쓴 것은 인명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주택화재와 그로 인한 피해를 줄여보자는 의도이니 너그럽게 읽어주시길 바란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충청남도 내에서 화재로 인하여 벌써 10명의 인명피해(사망2, 부상8)가 발생했는데 10명 모두가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발생했다. 작년에는 전체 화재 중에 주거공간에서 발생한 화재가 20.7%를 차지했는데 화재사망자 발생비율은 75.5%로 다른 화재에 비해 두드러지게 높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집에서 머무는 때가 가장 많다. 그리고 각 가정에서는 조리나 난방을 위해 화기나 전열기를 많이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전기기기의 수가 다른 공간에 비하여 훨씬 많다. 따라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은 다른 곳에 비해 높다. 인명피해 측면에서 살펴보면 야간에 화재가 발생하면 잠을 자는 사람들은 화재발생 사실을 늦게 인지하고 피난할 수 있는 시간을 놓치기 쉽고, 행동이 부자유스런 노약자·어린이·장애인이 있는 가정도 많으므로 인명피해의 발생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이렇게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일반주택(아파트 등 제외)이 지금까지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소방대상물이 아니어서 어떠한 소방시설도 갖추고 관리해야 하는 법적인 의무가 없었다. 수많은 주택을 법정대상으로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2012년 2월에 위의 법률이 일반주택에도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개정됐으며 5년 동안 자진해서 설치하도록 유예기간을 두었는데 지난 2월 4일이 그 마지막 날이었다. 이제 주택에서 소방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법을 어기는 것이 된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거창한 것이 아니고 누구나 잘 아는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이다. 단독경보형감지기란 지름 10㎝ 정도의 원반형 감지기 안에 배터리, 센서, 경보기가 모두 들어 있어 선 연결 없이 간단하게 천장에 부착하면 화재로 발생한 연기를 감지해 ‘화재발생’이라고 음성으로 알려주는 편리한 기구다. 가격도 1만원 이하에 살 수 있다.

주택용 소방시설을 갖추고 있으면 불이 난 것을 제때 알려주어 피난할 수 있게 하고, 작은 불은 직접 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주택에서 단독경보형감지기 설치율이 64%p 높아지면서 화재사망자가 60% 감소하였는데 이는 주택용 소방시설의 실효성을 보여주는 예이다.

솔직히 말하면 주택용 소방시설 비치에 대한 법규는 마련되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데 대한 과태료 부과 등의 처벌조항은 없다. 그러나 주택용 소방시설을 갖추는 작은 준법행위가 우리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실천하시기 바란다. 내가 해야 하는 것부터 하고 국가의 안전을 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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