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상태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 충청투데이
  • 승인 2017년 02월 19일 18시 32분
  • 지면게재일 2017년 02월 20일 월요일
  • 20면
  • 지면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존엔디컷 우송대학교 총장
[아침마당]

차가운 바람 사이로 따뜻한 바람이 간간이 불어 봄이 멀지 않았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졸업식을 하고 새 학기를 준비하는 캠퍼스는 환한 햇살로 가득 차 뭔가 모를 설렘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 곧 신입생들이 입학해 활달한 기운을 몰고 올 것이다. 갓 대학생이 된 학생들의 호기심 가득한 모습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저때가 좋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저 앞에 기다리고 있을 수많은 일들이 얼마나 저 아이들을 성숙하게 만들지 생각해본다.

각본 없는 드라마. 스포츠 명경기가 펼쳐질 때 흔히 쓰는 말이다. 2017년 2월 5일, 51회 미국 슈퍼볼에서 역사에 남을만한 장면이 연출됐다. 미국인들의 '슈퍼볼 사랑'은 상상을 초월한다. 미식축구 결승이 열리는 2월의 첫째 일요일은 슈퍼볼선데이라 불리며 모두 축제처럼 참여하고 즐긴다. 필자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운 슈퍼볼 팬이며 이번 51회 슈퍼볼은 특별히 의미가 있었다.

대전에 정착하기 20여년 전, 필자는 애틀랜타 근처의 조지아 마리에타라는 도시에서 오래 머물렀기 때문에 애틀랜타 프로미식축구팀 '팰컨스'의 오랜 팬이다. 물론 필자의 고향 홈팀인 신시내티 뱅골스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88년 이후에 슈퍼볼에 진출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재기를 기다리고 있다.

'팰컨스'와 맞붙은 팀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였다. 보스턴 플래처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 때문에 '패트리어츠'역시 애착이 가는 팀이다. 좋아하는 한국과 미국의 경기를 보는 것처럼 '팰컨스'와 '패트리어츠'의 경기를 보는 내내 기쁨과 안타까움이 교차하기도 했고 전 미국인들에게는 굉장한 스릴을 안겨줄 만한 경기였다. 통틀어 두 번째 슈퍼볼에 진출하는 '팰컨스'는 만만찮은 독을 품고 나왔다. 슈퍼볼은 4쿼터제로 진행되는데 3쿼터까지 28대 3으로 경기의 흐름을 주도했고 사람들은 '패트리어츠'가 이길 확률은 없다고 기대를 접었다. '팰컨스' 팬들은 다 이긴 경기로 생각하고 열광했다.

하지만 뉴욕 양키즈의 요기 베라가 남긴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명언은 그 이후에 실현됐다. '패트리어츠'는 4쿼터에서 28대 28로 동점을 만들더니 최초로 펼쳐진 연장전에서 34대 28로 역전을 이뤄냈다. '팰컨스'의 승리를 낙점하며 기뻐하던 팬들은 한국식으로는 '김칫국부터 마신 날, 미국식으로는 '까마귀고기를 먹은 날', 영국식으로는 '겸손 파이를 먹은 날'이 돼버렸다. 스포츠전문 방송인 ESPN은 25점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팰컨스'의 우승 확률을 99.7%로 예상하기까지 했다. 누가 대반전의 역전을 상상이나 했을까. '패트리어츠'는 슈퍼볼 결승진출이 총 9번으로 최다 결승진출 팀이 됐으며 이 중 5번의 승리를 함께한 쿼터백 톰 브래디는 영웅으로 떠올랐다. 199번째 백업 플레이어로 선수를 시작한 그가 역사적인 선수가 되는 것 또한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며칠 전, 학교 졸업식에 참가했다. 4년 동안 같은 캠퍼스 안에서 부딪히며 우정을 쌓아왔지만 이제 졸업을 하면 이 공간을 벗어나 각자 다른 길로 가야한다. 졸업식은 즐겁고 쾌활한 분위지기로 진행됐지만 좋은 결과를 얻어 졸업하는 학생들의 환한 표정과 뜻대로 되지 않은 학생들의 낙담한 표정이 엇갈리는 것이 필자의 눈에 들어왔다.

연극으로 치자만 하나의 막이 끝나고 새로운 막이 올라갈 때의 두려움과 가벼운 흥분을 필자도 수차례 겪으며 지내왔다. 다만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번 2017년 슈퍼볼이 보여준 것처럼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실패 앞에서 깊이 좌절하지도 말고 성공 앞에서 크게 기뻐하지도 말아야 한다. 졸업생을 떠나보내고 이제 곧 새로운 생활에 뜰 떠있을 신입생들을 맞이할 차례다. 인생을 따뜻하고 심플하게 살아가되 침착함 또한 반드시 지니고 있기를 당부하고 싶다. 좀 더 살아가다보면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진리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빠른 검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