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미(刺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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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미(刺身)
  • 충청투데이
  • 승인 2017년 02월 21일 19시 28분
  • 지면게재일 2017년 02월 22일 수요일
  •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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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속 사연]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사시미(Sashimi). 어패(魚貝)류를 날 것으로 썰어 간장 등의 조미료에 와사비를 곁들여 먹는 일본음식으로 알고 있다. "오늘 저녁 광어 사시미 한 첨에 소주 한잔 어때", "사시미는 뭐라 해도 두툼하게 썰어야 식감도 좋고 감칠맛이 더하지"

맹자(孟子)에 '인구에 회자(膾炙) 되다’가 나오고, 논어(論語)에 보면 ‘공자는 두툼하게 저민 회(膾)를 즐겨 먹었다'한다. 고려 중기 이규보는 ‘膾’를 주제로 한 시(붉은 생선회를 안주 삼아, 반 병 술 기울이니 벌써 취한다)를 썼다. '膾'는 짐승이든 물고기이든 날 것으로 얇게 칼로 저민 것을 말한다. 일본에서는 1399년부터 ‘膾’와 관련된 내용이 문헌에 등장했고 임란 이후 에도시대(1603년)부터 보편화됐다 한다. 한중일이 예부터 공통적으로 즐겼던 음식이다.

일본인은 사시미를 한자어로 '자신(刺身)'으로 쓴다. '刺身'은 우리 한자어에 없다. 중국어에는 웹수집 단어로 최근 수록돼 있다. 분명 일본식 한자어다. '(바늘로) 찌를, 꿸 자'와 '몸 신'이다. 글자대로 풀이하면 '몸을 바늘로 찌르거나 꿰다'다. 왜 이런 단어가 음식이름이 되었을까. 물고기를 얇게 저미려면 칼이 필요한데 칼 대신 바늘이 등장했는가 말이다.

일본 에도(江戶)시대 이전으로 가보자. 당시 날고기 먹기가 보편화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날고기를 먹으면서도 그 물고기 이름을 잘 구분할 수 없었다. 어느 날 요리사가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날고기마다 이름표를 달아놓자" 날고기 이름을 쓴 작은 종이를 요지 크기의 꼬챙이 위쪽에 말아 붙인 다음 그 꼬챙이를 날고기에 꽂아 놓았다. 전쟁 때 최일선 군사가 들고 나선 깃발을 연상해 보면 된다. 먹는 자가 굳이 젓가락을 이용하지 않고 이름 적힌 꼬챙이를 잡고 먹도록 했다. 물고기 이름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사시미가 탄생했다. 물론 정설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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