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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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
  • 충청투데이
  • 승인 2017년 03월 07일 19시 47분
  • 지면게재일 2017년 03월 08일 수요일
  •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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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속 사연]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재주. 무엇을 잘할 수 있는 타고난 능력이나 슬기를 뜻한다. "어려서부터 활쏘기에 비상한 재주를 보였던 그는 결국 훌륭한 장수가 됐다", "그는 온갖 재주를 부려 위기상황에서 교묘히 빠져나갔다" '재주'는 순우리말 같지만 한자와 한글이 섞인 단어다. 한자어로 '才操'라 쓰지만 '재조'로 읽지 않고 '재주'로 읽는다. 왜 그럴까. 모음은 모음끼리 어울리는 모음조화의 파괴 때문 아닐까. 마치 대조(大棗)가 대추로 불리듯 말이다.

여기서 재주와 잘 어울리는 동사로 '부리다'가 비롯됐다. 조(操)의 뜻은 '손으로 잡다. 쥐다. 부리다. 다루다. 조종하다' 등이다. 이 같은 뜻을 종합하면 '조'는 능력이나 꾀, 슬기 등을 피우거나, 행동이나 성질 등을 계속 드러내 보이는 행동이다. 이것이 바로 순우리말로 '부리다'다. 재(才)는 손(手)이란 뜻으로 재주, 솜씨, 수단, 방법 등을 말한다. 새싹이 땅에서 돋아나는 모양을 나타낸 글자로 싹이 자라나듯 사람의 능력도 자랄 수 있다는 데서 비롯됐다. 원래 '재'는 토끼( )가 다른 토끼(兎)를 뛰어 넘는 모양으로 약삭 빠르고 교활한 토끼( )를 일컫기도 한다.

요즘 온갖 재주가 판치고 있다. 재주꾼들이 득세하고 있다. 믿고 믿었던 통치자와 그의 수족들이 부적절한 재주를 마구 부렸다. 그것도 똘똘 뭉쳐 재주를 부렸다. 부린 재주에 대한 변명도 또 다른 재주가 되고 있다. 부린 재주의 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나라와 국민이 황폐화됐다. 그러나 그들이 부린 재주는 사실 재주가 아니다. 허세(虛勢)이며 위선(僞善)이며 잔꾀이며 속임수다. 그들의 재주에 놀아난 아니 견제와 감시에 눈먼 많은 정치인들 더 큰 문제다.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이해 관심에만 집중했고 지금도 그들의 재주를 악용하고 있다. 또 다른 재주를 부리고 있는 셈이다.

'재주'의 '才'는 안으로 삐쳤지 밖으로 삐치지 않았다. 재주는 사회적 정의에 부합(符合)할 때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누구든 함부로 재주를 부리지 말라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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