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분야 글로벌 리더십 얻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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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분야 글로벌 리더십 얻기 위해서는
  • 충청투데이
  • 승인 2017년 03월 12일 18시 47분
  • 지면게재일 2017년 03월 13일 월요일
  •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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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만 국가핵융합연구소 소장
[아침마당]

프랑스 남부에 건설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총괄하고 있는 ITER국제기구에는 다양한 국적의 핵융합연구자 600여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목표로 공동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의 7개 회원국에서 건너 온 연구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30명 이상의 핵융합 전문가들이 ITER국제기구에 파견돼 다른 나라를 대표하는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ITER처럼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러 나라가 역량을 모아 국제 공동으로 연구를 추진하고 있는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환경, 에너지, 기후변화 등 지구 생태계와 글로벌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특히 하나의 국가가 주도해 연구를 진행하기보다 다양한 국가들이 모여 비용과 의견을 나누며 진행하는 연구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첨단 과학기술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국제공동 프로젝트에 우리나라 연구진들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과학기술 후진국이었던 우리나라는 1960~1970년대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을 중심으로 하는 과학기술 정책 하에 빠르게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에는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을 넘어서 세계 과학기술계를 리드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된다. 즉 ‘퍼스트 무버(first mover)’ 로 과학기술 패러다임을 바꾸어 글로벌리더십을 갖추어야 할 때인 것이다.

국제 공동 연구시대로의 환경 변화 위에서 세계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과학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 연구 환경 자체가 먼저 글로벌해져야 한다. 연구소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허물고 국내 대학 및 타 연구기관 뿐 하니라 해외 연구기관과의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는 열린 연구환경의 구축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개발한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인 KSTAR의 경우 적극적인 국제핵융합공동연구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KSTAR를 활용한 실험에는 국가핵융합연구소 연구자 외에도 국내 대학 뿐 아니라 해외 핵융합 연구기관의 연구자까지 자유롭게 실험제안을 할 수 있다. 국내외 핵융합 전문가들이 KSTAR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난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과감히 외부 인사를 주요 보직자로 임명하고, 해외 석학들의 자문과 연구 참여를 독려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이어온 덕분에 KSTAR는 세계적인 핵융합연구 성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는 ITER프로젝트와 같은 국제공동 연구사업에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이처럼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바탕으로 하는 과학기술의 국제적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적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이 함께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연구 환경은 여전히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과학기술혁신역량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2016년 국가과학기술혁신역량지수’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OECD 30개국 중 종합 5위라는 높은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지표 중 제도적 인프라나 과학문화와 같은 환경 부분은 26위에 머무르고 있어 과학기술 환경은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꼽혔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하드웨어 수준은 점차 발전해 나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주는 제도와 같은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

과학기술 분야의 글로벌 리더십 갖기 위한 연구 환경 구축을 위해서는 연구기관 혼자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열린 연구 환경 구축을 위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지역사회의 과학문화 형성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이 세 기관이 함께 노력해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리더십 선보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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