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돈으로 장갑을 사는 소방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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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돈으로 장갑을 사는 소방관 없습니다
  • 충청투데이
  • 승인 2017년 04월 09일 18시 45분
  • 지면게재일 2017년 04월 10일 월요일
  •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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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 충청남도소방본부장
[아침마당]

2014년 5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소방관 사진에 다른 소방관의 댓글이 달렸다. “활동화가 2년째 지급이 안 되고 있어요”, “해외 사이트에서 장갑을 1년에 2개씩 사비로 구입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국민들은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쓰는 장갑을 자비로 구입한다는 사실에 놀랐으며 이 내용이 뉴스와 신문,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소방장비 관리 규칙 제16조 소방장비의 보유기준에 의하면 소방공무원 1명에게 지급돼야 하는 개인보호장비는 방화복 2벌, 안전화 2켤레, 안전장갑 2켤레, 방화두건 2개, 안전헬멧 1개, 공기호흡기 1세트이다. 하지만 현실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법령에서 정하는 최소 기준에 못 미치는 열악한 여건에서 소방관들이 근무를 하는 지역이 있었다.

여론의 힘이었을까. 정부는 담뱃세를 증액해 소방예산을 지원해주는 소방안전교부세를 만들었다. 소방안전교부세로 2015년도 3141억원, 2016년 4147억원, 2017년 4588억원이 전국에 뿌려졌고 각 시·도에서는 구조·구급 장비, 소방차량, 개인안전장비 등 노후·부족 소방장비 교체·보강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충남소방도 적극적인 장비보강에 들어갔다. 2015년에는 소방관에게 지급되어야 하는 개인보호장비 6종을 모두 지급했고, 노후된 보호장비는 모두 교체했다. 현재의 개인보호장비 보유율은 100%이고 이 장비의 노후율은 0%이다.

또 도 소방본부는 지난해 147억원을 투입해 노후소방차량 일부를 교체했고, 올해 130억원을 들여 소방차량를 교체하면 소방차량의 노후율도 0%가 된다. 소방차량은 소방활동에서 가장 핵심적인 장비이므로 현장대응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는 이야기이다.

소방관의 근무여건을 화두로 하면 평균수명 59.8세, 높은 자살률,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이하 PTSD)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주제가 된다. 소방관이란 직업이 가지는 고유한 위험성과 유해성에 기인한 것이지만 이를 위한 대책 또한 추진되고 있다.

모든 소방공무원은 현장에서 유해인자에 노출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신체와 정신 분야에 대해 매년 특수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지난해 충청남도 소방공무원 검진결과 2,174명 중 184명(8.5%)이 PTSD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직전 해의 12.0%에 비해 3.5%p 감소한 수치로 지속적 치료, 전문의를 통한 심리안정 프로그램 운영. 전문가 특별교육, 소방서 심리상담실 운영 등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소방관들이 화재현장에서 유독성기체로부터 호흡을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는 것이 공기호흡기이다. 이를 통해 흡입하는 공기의 질을 관리하기 위해 도에서는 2017년부터 이동정비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호흡보호기정비실에서 용기(압축공기탱크)를 검사하고 세척하고 있다.

이제 자기 돈으로 현장활동에 필요한 장갑을 사서 쓰는 소방관은 없다. 하지만 소방관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는 계속되어야 하며 국민여러분의 애정과 관심 또한 소방관들의 사기진각을 위해 여전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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