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겨짓 좀 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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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겨짓 좀 마소!
  • 김윤주
  • 승인 2017년 04월 27일 19시 45분
  • 지면게재일 2017년 04월 28일 금요일
  •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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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살다 보면 이런 사람이 있다. 남이 약속시간에 10분 늦으면 한 달간 타박하면서 자신은 연락도 없이 잠수타는.

살다 보니 이런 애인도 있었다. 내 애인이 이성친구랑 연락하는 건 바람의 전조. 자신이 남녀 짝지어 놀이공원 가는 건 친목도모.

살다 살다 이런 선배도 있었다. 후배들에겐 'A 하지 마라' 하더니 자신은 A를 넘어 D까지 하고 있는 선배.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인가.

‘너나 잘하세요’라고 외치고 싶은 이런 순간들이 오면 내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아이고~ 똥겨짓 하네" '똥겨 짓'이란 속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를 줄인 말이다. 나는 똥 묻은 개가 될지언정 남을 나무라지는 말자고 늘 생각한다. 자신은 더 못난이면서 그냥 못난이한테 뭐라 하는 게 논리에 맞냔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은 실눈 뜨고 한없이 작게 보고, 남들 잘못은 돋보기를 갖다 대서라도 찾는다. 결국 남의 잘못으로 자신의 잘못을 위안 삼는 거다.

요즘 내 입에서 '똥겨 짓'이란 말을 맴돌게 만드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대선후보 토론회’다. 후보들 너도나도 "나 정도면 겨여~ 쟤는 똥이랑께"를 외치고 있는 듯 하다. 하라는 정책 토론은 안 하고 누구 잘못이 더 큰지 아우성치는 것만 같다.

네 잘못 대잔치다. 상대 후보를 흠집 내면 자신의 잘못이 뒤덮이기라도 하는 양. 그러나 국민들이 보면 둘 다 그냥 '똥'이다. 도긴개긴이다. 겨 건 똥이건 잘못을 했으면 부끄러워하는 게 맞는 거다. 반성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

우리는 나라를 이끌어줄 '대통령'을 찾는 거지 똥 안 묻은 '개통령'을 찾는 게 아니다.

상대방한테 뭐가 묻었나 죽어라 찾기 전에 나라의 정세부터 제대로 들여다보는 게 어떨까?

<김윤주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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