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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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
  • 충청투데이
  • 승인 2017년 05월 02일 19시 35분
  • 지면게재일 2017년 05월 03일 수요일
  •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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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낱말속 사연]

단장(斷腸). 끊을 '斷'과 창자 '腸'으로 구성된 글자로 창자가 끊어진다는 뜻이다. "남과 북으로 흩어진 이산가족들은 단장의 아픔을 겪고 있지" 무엇보다 '단장'하면 '단장의 미아리 고개'이란 노래가 떠오른다. 한국전쟁 당시 북으로 끌려가는 남편의 모습을 아내가 보고, 백년이 가도 기다릴 터이니 살아서 돌아오기만을 바란다는 내용이다. 이 아내의 마음은 어떠할까? 이 단어의 탄생에는 애절한 사연이 있다.

중국 춘추시대 진(晉)나라 환온(桓溫) 장군이 배를 타고 촉(蜀)나라를 치기 위해 장강의 삼협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한 병사가 강어귀에서 얼쩡거리던 새끼원숭이 한 마리를 잡아 배에 실었다. 새끼를 납치당한 어미원숭이는 미친 듯이 울며 배를 계속 쫓아왔다. 병사들이 야영을 하기 위해 강어귀에 배를 대는 순간 어미원숭이는 재빨리 배에 올라탔다. 그러나 새끼를 보자마자 어미원숭이는 그만 숨을 거뒀다. 새끼원숭이를 천신만고 끝에 만났는데 어찌 안아보지도 못한 채 곧바로 죽었을까? 병사들은 궁금했다. 부검을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병사들은 갈라진 원숭이의 배를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미원숭이 창자가 마치 칼로 자른 듯 토막토막 아주 짧게 끊어져 있었던 것이었다(파시기복중 장개촌촌단:破視其腹中, 腸皆寸寸斷). 결국 사인은 백여 리를 애 태우며 달려오면서 간장(肝腸)이 저미(칼로 도려냄)었던 자식 잃은 슬픔이었다.

창자가 끊어질 정도의 큰 슬픔을 뜻하는 이 '단장'은 많은 문인들이 부부, 연인, 부모자식 등의 이별의 슬픔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했다. 특히 양귀비(楊貴妃)를 사랑한 당(唐) 현종(玄宗)의 심정을 읊은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야우문령장단성(夜雨聞鈴腸斷聲)- 밤비에 울리는 풍경 소리는 창자를 끊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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