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화, 산업혁신이 지향하는 궁극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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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화, 산업혁신이 지향하는 궁극의 방향
  • 충청투데이
  • 승인 2017년 05월 07일 18시 17분
  • 지면게재일 2017년 05월 08일 월요일
  •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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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건양대 부총장
[아침마당]

한 번은 정부부처에서 개최한 자문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자문회를 마치고 몇몇 위원들이 좁은 테이블에 모여서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허심탄회하게 논의되고 있던 중, 지나가시던 요구르트 판매원께서 갑자기 요구르트를 내어주셨다. 사겠다고 이야기한 바도 없고 해서 이걸 왜 주시냐고 여쭈어보니 "서비스 달라면서요?"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자꾸 서비스 이야기를 하니 그리 생각하셨던 것 같다. 모두 웃고 넘어갔지만 필자는 한편으로 씁쓸했다. 여전히 우리는 서비스를 덤, 공짜 등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닌지, 현 경제시스템 내에서 서비스는 여전히 비부가가치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됐다.

산업적 부가가치를 분석하기 위해 우리는 종종 가치사슬분석을 하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각 가치사슬간의 부가가치를 도식화해 보면 부가가치가 서비스 산업 분야에서 높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즉 산업가치사슬을 기획 및 개발/설계, 부품생산, 조립 및 제조, 유통 및 마케팅 그리고 판매 후 서비스 및 부가가치 서비스 등의 크게 5단계로 구분해 각 단계별 부가가치를 추정해보면 상품 개발 및 설계와 판매 후 부가가치서비스 분야의 부가가치율이 중간단계인 제조분야 보다 휠씬 높게 나타나며 이를 부가가치 스마일커브라 명칭하기도 한다. 제조업 부가가치가 낮다고 해서 이를 등한시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최소한 상품 기획 및 서비스 분야가 덤이나 공짜라고 인식되는 것은 실제와는 정반대의 인식이라는 점은 분명할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의 예를 들어보자.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및 노트북 등을 판매하는 기업이다. 제품의 디자인, 개발, 마케팅, 판매 등은 모두 애플에서 수행한다. 더 나아가 애플 혁신의 꽃이라 불리는 아이튠즈를 통한 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제조/조립만을 폭스콘에서 수행하고 있다. 애플은 생산을 외부화한 반면에 상품기획, 기술개발과 마케팅 그리고 부가가치 서비스를 내부화해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며, 영업이익률 측면에서 삼성 등 경쟁사의 2배가 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애플은 분명 디바이스를 제공하는 기업이긴 하지만 생산중심의 제조기업이라 불리기에는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자사가 제공하는 OS를 바탕으로 구성한 폐쇄적 서비스가 시장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 전통적인 제조업의 상징인 자동차기업의 경우는 어떠할까? 현재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독일, 일본, 미국 및 한국의 기업들을 보면 자동차 생산 판매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보다 판매 과정에서 제공되는 금융서비스 및 판매 후 서비스의 부가가치 비중이 더 높다. 기업이 단순히 제품제조를 통해 얻는 수익보다 이를 유통, 운영, 유지하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얻는 수익이 더 크다는 의미이다. 더 나아가 자동차 시장내의 핵심 경쟁 기술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자동차의 성능이 매연기관의 성능으로 결정됐지만 이제는 ICT, 전장화기술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생산업체가 아닌 테슬러가 각광을 받고 있으며 ICT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주행차량이 등장하면서 구글카, 애플카 등 전혀 다른 산업영역에 있을 것으로 여겨지던 기업들이 경쟁그룹내로 들어오기 시작하고 있다. 말 그대로 산업이 전방위적으로 서비스화 돼 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제품을 잘 생산하기 위한 산업혁신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서비스하기 위한 혁신이 진정한 산업혁신의 의미이며 이를 산업혁신을 통한 성공적인 서비스화라 할 것이다.

이제 모든 산업영역에서 서비스화라는 이슈를 배제하고 산업정책 및 기업전략을 구성하기 어렵다. 분명 미래 서비스는 덤으로 주어지는 무의미한 가치는 아닐 것이며 주어진 산업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가장 주요한 전략적 수단이 될 것이다. 이는 기존 산업가치를 무참하게 파괴시키는 금단의 무기이지만 이러한 특성이 산업혁신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진정한 발전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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