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에 떨고 있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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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에 떨고 있는 교수
  • 충청투데이
  • 승인 2017년 07월 02일 18시 24분
  • 지면게재일 2017년 07월 03일 월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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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당]
안양규 건양대 창의인재처장

대학은 지금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전국의 교육청별로 각기 주관하는 대학입시박람회, 고교에서 주관하는 고교초청 진로진학박람회, 지역 대학끼리 연합해서 전국을 순회하면서 개최하는 대학연합 대학입시정보박람회, 이벤트회사나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수시박람회 등 어느 때에는 하루에 2개 이상의 입시행사가 서로 다른 지역에서 동시에 열리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대학 독자적으로 고교와 연계한 대학수시설명회를 만들어 해당고교를 방문하기도 한다. 전교생이 수백 여명 밖에 되지 않는 단일 고교에서 개최하는 대학진학설명회에도 수십 개의 대학이 동시에 몰려와 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이 요즘의 세태이다. 그야말로 대학박람회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대학의 입시부서의 장으로서 행사를 일일이 챙기는 데에도 참으로 바쁘다. 예전에는 입학처 직원들 위주로 이루어졌던 소규모 입시홍보프로그램이 이제는 교수까지 참여하는 큰 행사로 점점 변하고 있다. 과거에 체면을 따지거나 연구로 바빠서 입시행사에 불참했던 교수들의 변명은 그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우리 사회의 학령인구의 감소를 절실히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만해도 전국의 수험생이 5만여명 감소했다. 대전시 한 해의 수험생이 재수생 포함 1만 5000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임을 알 수 있으며 그 여파가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오는 것을 절실하게 체감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는 철밥통이라 여겨졌던 대학교수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년 7월이면 코엑스에서 전국의 140개 이상 4년제 대학이 참여하여 개최하는 가장 큰 박람회인 대학입학정보박람회를 보면 우리 대학사회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우선 상아탑에서 본연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교수들의 행사 참여이다. 지방대를 중심으로 대학교수가 수험생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박람회 행사장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행사에 참여한 대학의 40%가 대학 교수들이 참여하는 진로진학 컨설팅을 열고 홍보에 차별화를 주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는 입시홍보에 대학교수가 참여하는 것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광경이 되어 버린 것이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박람회 부스에 교수가 앉아 수험생이나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로진학을 상담해 주던 것이 어설펐던 교수들에게 이제는 대학 본부에서 요구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학과나 단과대학을 대표해서 박람회 부스에 찾아와 컨설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신입생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각 단과대학이나 학과마다 입시홍보 현장에서의 희비는 갈리는 편이다. 어느 단과대학은 나오신 교수만으로 부족해서 2~3명의 입학사정관이 달려들어 수험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상담을 해준다, 그런 반면에 어느 단과대학 교수는 오전에 서너 명 밖에 상담을 하지 못했다고 바쁜 옆의 교수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현상이 자주 목격되곤 한다.

이런 현상은 우리 대학의 통계를 들여다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인기가 많아 우리 대학 정원의 20% 이상을 담당했던 경상계열 학과가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취업난으로 인한 수험생들의 비선호 경향으로 지금은 9%선까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험생들은 소위 취업이 잘된다는 IT계열 혹은 의보건 계열로 몰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선호도가 낮은 단과대학의 교수는 대학본부로터 정원을 채우는 것은 물론 단과대학이나 학과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을 지상명령으로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연구실에 있을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2020학년도 입시부터는 3년간 약 15만명, 지금의 수험생보다 30%가 넘는 인원이 짧은 시간 안에 사라진다. 우리 대학사회는 이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환경으로 들어가게 된다. 각 대학들은 이 격랑의 파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은 방법을 강구하고 있고, 그 일선에 대학교수들이 자리하고 있다. 30도가 넘는 방학인 오늘도 우리 교수들은 교육재능기부의 타이틀 아래, 대학이 아닌 일선 고교로 교수진로특강 그리고 찾아가는 진로체험 행사를 위해 연구실을 나와 자동차 시동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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