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숲' 배두나 "한여진, 처음에 너무 어려워 거절"
상태바
'비밀의숲' 배두나 "한여진, 처음에 너무 어려워 거절"
  • 연합뉴스
  • 승인 2017년 07월 30일 11시 20분
  • 지면게재일 2017년 07월 30일 일요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의롭고 따뜻한 엘리트 경찰 역…"이상적인 캐릭터, 도전의식 생겨"
"좋은 배우들과 좋은 작품에서 작업할 수 있다면 내 분량은 상관없어"
폭염이 아스팔트를 녹이던 날 광화문에서 배두나(38)를 만났다.

화제의 드라마 tvN '비밀의 숲'의 여주인공 '한여진'. "눈감아주고 침묵하니까 그러는 거다. 누구 하나만 눈 부릅뜨면 바꿀 수 있다. 난 타협 안한다"는 정의롭고 인간적인 경찰의 모습이 시청자의 가슴을 데운다.

인터뷰 장소에서 그를 본 사람들이 술렁술렁 댔고, 한 젊은 여성은 너무나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팬이에요!"라는 수줍은 고백과 함께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

'비밀의 숲'의 주인공 조승우가 대체불가 연기를 펼치며 탄성을 자아내는 가운데, 배두나 역시 그에 조금도 밀리지 않고 다시 한 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심지어 분량이 '현저히' 적은 데도 불구하고 "역시 배두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느 순간부터 좋은 배우들과 작업할 수 있다면, 좋은 작품이라면 내 분량과 상관없이 참여하는 게 좋아졌습니다. 당연히 이번 작품에서 내 분량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어요. 제가 참여한 '비밀의 숲'이 잘돼서 너무 좋습니다."

역시 믿고 보는 배우다. 극중 비중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는 이들과는 '클래스'가 다르다.

질척대는 무더위와 정반대로 "쏘 쿨"(SO COOL) 했던 배두나와의 인터뷰를 전한다.

--'한여진'을 왜 하게 됐나. 배두나가 맡은 역할치고 분량이 적다.

▲사실 처음에는 거절했다. 캐릭터가 너무 어려워서 잘 잡히지 않았다. 대본을 읽는데 약간의 난독증 같은 게 왔다. 또 처음에는 민폐형 같기도 하고,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캐릭터이기도 했다. 그런데 다시 수정된 대본으로 제안이 왔다. 살짝 다듬어졌는데 좋아졌다. 내가 이 역할을 하면 민폐스럽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캐릭터가 약간 부족해 보여도 여백이 많은 게 오히려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됐다. 방송을 보니 역시나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드라마 정말 재미있지 않나?(웃음)

2009년 일본영화 '공기인형'을 찍을 때 정말 잘 나가던 톱스타 오다기리 조가 고작 두 신에 참여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맞아. 저거야" 싶더라. 멋있었고, '쿨'해 보였다. 나도 그런 배우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분량은 처음부터 이 정도였다. 대본 그대로다. 내가 누군가를 서포팅할 거라면, 그 상대가 조승우 씨라는 게 괜찮은 거 아니겠나. 좋은 배우들과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다. 그런데 엉뚱한 반응도 나오더라. '배두나가 그냥 나올 리가 없다' '혹시 범인 아니냐' '윤과장의 전 부인 아니냐' 등 온갖 추측이 나오는 것을 보고 너무 재미있었다.

--'한여진'은 '황시목'(조승우 분)을 변화시키는 임팩트 강한 인물이다.

▲캐릭터 자체는 확실히 어려웠다. 한여진은 굉장히 똑똑하고 유능한 경찰이다. 그러면서 정의롭고 따뜻하다. '슈퍼 히어로'까지는 아니어도 굉장히 이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완벽한 사람은 아니다. 사람의 매력이 완벽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런데 누구라도 그녀 앞에 서면 솔직해지고, 달라진다. 인간적으로 매력적인 인물인 것이다. 그런 인물이기에 감정이 거세된,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황시목도 한여진 앞에서는 무장해제되는 것이다.

이렇게 서사가 없는 여주인공 역할은 처음이다. 한여진의 개인사에 대한 설명이 아무것도 없지 않나. 그래서 처음에 방향을 잡는 게 조금 더 어려웠다. 하지만 이해했다. 지금의 이야기 구조 안에서 16부 내에 한여진의 이야기까지 담아내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여진의 서사가 나오면 이야기가 산만해진다. 작품만 잘된다면 그런 것은 상관없다. 대본이 안 좋은데 내가 원톱 주인공인 것보다 이렇게 좋은 대본에 작은 분량이어도 참여한다는 게 훨씬 훨씬 좋다.

--조승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당연히 너무 좋았다. 쿵짝이 잘 맞았다. 20년 연기 생활에서 처음 만났는데 정말 호흡이 좋았고 재미있게 촬영했다. 극중에서 우리가 웃을 일이 없고 늘 심각한데, 촬영하다 웃음이 터져서 NG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감정이 없어야 하는 조승우 씨가 촬영하다 웃음을 참기 위해 볼을 실룩실룩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나도 웃음이 터졌다. 좋은 배우와 연기를 하는 즐거움을 다시 느꼈다. 촬영장에서는 '승우 언니, 두나 형'이라고 불렸다. 나와 조승우 씨의 캐릭터를 그렇게 상반되는데, 스태프가 그런 애칭으로 불렀다.

--추격신 찍다가 발톱도 빠지고 추위 속 촬영하느라 고생했다.

▲그게 무슨 고생인가. 배우로서 당연한 거 아닌가. 내가 어떤 작품에 출연하겠다고 출연 계약서에 사인을 한 후부터는 모든 것을 다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첫회에서 케이블 기사(윤경호 분)를 추격하다 발톱이 빠져버렸다. 아프긴 되게 아프더라. 그런 상태에서 겨울 한강물에 빠진 휴대폰을 찾는 신을 찍으니 발이 깨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어디 가서 말할 이야기도 아니다. 사실 '파이터'를 연기한 '센스8'(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을 찍고 난 뒤에는 웬만한 고생은 고생으로 느껴지지도 않는다.(웃음)

--배우들도 범인을 후반에야 알았다던데.

▲우리끼리 서로 궁금해서 의심병까지 생겼다. 만나면 서로 "너냐?"라고 물었고, 서로를 의심했다.(웃음) 제작진이 정말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했다. 촬영 콘티에서도 숨겼다. 한여진과 황시목이 살인사건이 일어난 집에서 살인사건 시뮬레이션을 하고 나면 '무술팀'이 같은 곳에서 촬영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무술팀'이라고 하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거기에 범인을 맡은 배우를 숨겨 들여보낸 거였다. 그 배우는 촬영장에서 후드티로 얼굴을 감추고 다녔다고 한다. 대단하지 않나.(웃음)

사전제작 드라마가 처음이라 우려도 좀 했었다. 드라마는 시청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보며 촬영하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아서 과연 시청자 반응이 어떨까 걱정이 됐다. 내가 내 연기를 모니터링하지 못하면서 가는 것도 답답했다. 결과가 너무 좋아 다행이다. 우리 드라마는 중간광고 1분이 숨 쉴 틈을 주는 것 같다. 그만큼 강하게 몰입을 하면서 보는 드라마인 것 같다. 숨도 안 쉬고 보다가 중간광고 때 숨을 쉰다는 분들이 많더라.(웃음)

안방극장에 오랜만에 인사드렸는데 좋은 작품과 함께해서 기분이 좋다. pretty@yna.co.kr
빠른 검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