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이 되어버린 수학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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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이 되어버린 수학능력시험
  • 충청투데이
  • 승인 2017년 07월 30일 18시 06분
  • 지면게재일 2017년 07월 31일 월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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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당]
안양규 건양대학교 창의인재처장

우리나라 대입제도는 항상 뜨거운 감자였다. 정권이나 교육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주요 주제로 떠오른다. 이번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이번은 아마도 그 어느 때 못지않게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어 진통이 매우 크게 느껴진다. 8월 초까지는 교육부에서 대입제도의 개편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하는데, 논란의 핵심은 수능의 절대 평가제이다. 이미 지난 정부에서 올해 수능부터 많은 논란 속에서 영어 과목에 절대평가제를 도입하여 정책이 시험대에 올려간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 한 번도 절대평가를 실제 수학능력평가 및 대학입시에 적용하기 전이다. 지난 6월 모의평가에서 1차로 시행하였고, 그에 대한 보완책을 9월 모의평가에서 내 놓을 예정이다. 사실 영어에 도입을 하였으나 아직 시행 전이고, 시행결과를 분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머지 교과목으로의 전면 시행이냐 아니면 점진적 시행이냐를 놓고 많은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영어가 절대평가제로 전환되면서 일부대학에서는 대입전형에서 영어의 반영비율을 축소하거나 등급 간 점수 차이를 적게 설정하여 실질적으로 영어에 의한 변별력은 매우 낮아진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대학 측에서는 수학능력시험에 대한 변별력 대책을 요구하게 되고, 이를 반영하여 문과계는 국어와 사회탐구, 이과계는 수학과 과학탐구영역에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출제가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결국은 풍선효과로 학생들은 수학과 국어 그리고 탐구교과목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되는 상황이니, 당초 절대평가제를 도입하여 학생들의 시험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지향하겠다는 의도는 사라지고 말았다.

수학에 의한 변별력 강화를 강조하다보니 이과계 학생들이 치르는 수학 가형의 경우 1등급과 2등급의 차이는 21번, 29번 그리고 30번 문제를 얼마나 풀어내느냐에 달려있게 되어 있다. 1, 2등급의 학생들이 이 3문제를 풀기 위해 주어진 100분의 시험시간 중 60분 이상을 투자한다. 총 30문제 중 27문제를 40분 이내에 풀고 3문제를 푸는데 60분, 특히 1, 2등급을 가르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는 30번 문제의 경우 30분 이상을 투자하여 풀게 되어 있다. 고등학교 2학년에서 이미 고등학교 수학의 전 과정을 마친 우수한 학생들을 보면, 수학능력시험을 볼 때까지 거의 1년간을 이 3문제를 틀리지 않고, 나머지 27개의 문제를 40분 이내에 실수하지 않고 풀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하게 되어 있다. 여기서 2문제를 틀리면 서울대 의학과를 포기해야하고, 3문제 이상을 틀리면 전국의 의학과를 포기해야하는 상황이니 우수한 학생들이 갖는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문제는 이들 문항이 그 우수한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에서 전공을 훌륭하게 이수할 수 있는 평가의 기준이 되는가에 있다. 수학능력시험의 상대평가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모든 교육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학생의 진정한 수학능력을 평가하기 보다는 대입전형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줄 세우기라는 것에는 크게 이견이 없는 듯하다.

우리나라 수학능력시험을 비판하는 많은 다큐멘터리에서 우리나라 수학문제나 영어문제를 영국의 옥스퍼드, 미국의 하버드나 MIT학생들에게 풀게 해 보고 그들이 어려워 풀지 못하는 것과 국어 수학능력시험에서 지문으로 사용한 시나 수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문제를 원작자에게 풀어보도록 했을 때 한 문제도 풀지 못하는 것을 사례로 들어 지금의 상대평가제인 수학능력시험을 비판하고 절대평가제의 도입을 주장해 오고 있다. 지금은 그 과도기에 있어 일부 교과목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나머지 교과목에서 변별력을 확보하고자 그 난이도가 정상을 벗어나게 되어 결국은 절대평가 도입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를 폐단으로 들어 많은 교육전문가들 사이에선 수학능력시험의 전면 절대평가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절대평가제의 확대는 대입전형에서 많은 동점자를 양산하고, 학생들을 줄 세우기 위해선 상대평가 교과목의 필요 이상의 난이도를 올리게 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선 한 대학의 대입전형을 총괄하고 수험생을 둔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수학능력시험의 전면적 절대평가화에는 크게 찬성하며, 작금의 교육계 흐름도 그런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문제는 이를 보완하여 학생을 공정하게 선발할 수 있는 선발제도의 도입이다. 한 학생의 수학능력, 적성,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선발제도의 확립인데, 우리 대학들은 이 대안으로 수년전부터 학생부종합전형과 교과전형을 도입하고 있다. 이들 제도의 공정성과 면밀한 잣대의 확립을 오히려 논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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