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서와 독서
상태바
혹서와 독서
  • 충청투데이
  • 승인 2017년 08월 07일 19시 43분
  • 지면게재일 2017년 08월 08일 화요일
  • 19면
  • 지면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기온 대전봉명중학교 교장
[에세이]

기록적인 폭염의 혹서로 인해 가을이 끼어들 자리가 없을 줄로 느껴졌으나 벌써 어제부터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이 가을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세월이 너무 빠르다. 청소년 시절의 달 착륙에 충격을 주었던 시절이 엊그제 같고, 소형 라디오가 생기고, 마이 카 시대가 온다던 선생님의 말씀의 기억이 생생하다.

앞으로 삼사십년 후 여러분이 성인이 될 때를 적응하기 위해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고 무척이나 들었다. 올 여름 폭염의 혹서에 주로 나는 독서로 혹서를 피했다. 그 중에 수업에 대한 교육전문 서적을 읽었다. 혹서에 읽은 책 중에서 교사의 수업은 지식 전달의 하나가 아닌 인생의 표상이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청소년 시절의 교사의 수업은 학생의 인성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돌이켜 보면 중학교 때의 선생님이 생각난다. 선생님의 수업은 단아하고 시심 어린 수업 내용과 밀도 있는 수업 전개의 구성력은 선생님 특유의 개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으면서도 야생화 같은 아름다운 영혼과 감성적인 상상력을 결합시켜 아름다운 미적 경지의 수업을 보여주었다. 잔잔한 목소리지만 숨 막힐 듯 흡인력이 돋보이는 수업이었고, 학생에게 감성적 울림을 아련하게 주었다. 선생님 자체가 불후의 명작이 실어있는 하나의 책이셨다. 그런 연유로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시는 책은 모조리 독파했던 기억이 있다. 이때의 독서의 영향이 지금까지 나의 일생을 풍요롭게 지배한다는 것은 지나친 말일까.

과연 독서란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이 있을까? 인간은 문자를 개발하여 사용한 이후로 독서를 통하여 꾸준히 인간의 지적이고 정서적인 욕구와 탐구심을 개발해 왔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 들어서면서 과거 독서가 담당했던 역할이 TV나 휴대폰 등의 매체들이 대신하게 됨으로써 독서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왜냐하면 전혀 사유의 시간을 느끼지도 못하고 아예 그러한 시간조차도 갖지 못하는 청소년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감수성이 많은 청소년 시기에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편리성으로 설명될 수 있을지언정 독서의 중요도와 연관되어 설명되지는 못한다. 우리가 같은 작품을 책으로 '읽었을 때'와 TV나 영화 등에서 '보았을 때'는 감성적, 정의적 영역에서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 정보화 사회에서 독서가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한 이유는, 정보가 대부분 활자 매체를 통하여 전달되기 때문이다. 물론 인쇄 매체가 속도 면에서 도저히 전파 매체를 뒤따를 수가 없지만 순간 전달로 곧 사라져 버리는 전파 매체의 특성 때문에 복합적이고 고차원적인 정보는 아무래도 활자 매체를 통해 얻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독서를 통하여 우리는 인간의 존재와 본질, 생활양식과 문화, 사물과 우주의 질서 등에 관한 폭넓은 지식을 획득한다. 예를 들어, 어떤 어느 개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대부분은 의식적인 혹은 무의식적인 독서의 결과이지 선천적으로 주어진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독서에서 얻어지는 감성적 상상력은 미래사회에 적응할 창의력과 융합형 인재의 핵심역량을 육성하는데 필수적이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올 여름의 혹서도 독서의 앞에선 힘을 못 쓰는 때가 왔다. 어제 저녁에는 혹서야가 책 읽는 독서야로 바뀌어 잠 못 이루는 열대야가 아니었던 것은 역시 독서는 사유의 세계와 상상의 나래에 최고의 피서이기 때문이었다.
빠른 검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