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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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지다
  • 충청투데이
  • 승인 2017년 09월 05일 19시 15분
  • 지면게재일 2017년 09월 06일 수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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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낱말속 사연]

척지다. '서로 원한을 품어 미워하거나 대립하게 되다.' "사랑할 시간도 없는데 척지고 살 필요 있나", "그까짓 돈이 뭔데 형제들끼리 척지고 사나". '척'과 '짓다', 혹은 '지다'가 어우러진 단어다.

'척'은 한자로 '隻'이고 원래 뜻은 '두 마리 새 가운데 한 마리'를 가리킨다. '隻'은 한 쌍의 새가 서로 떨어져 외짝이 된 신세다. '짓다'는 '재료를 들여 무엇을 만들다'이고, '지다'는 '어떤 상태가 생기거나 이루어짐(그늘이 지다)'을 말한다. 그러니까 한 쌍에서 떨어져 외짝을 만들거나 외짝이 되는 것을 말한다. 원래는 '척을 지다, 척이 되다' 혹은 '척을 짓다'에서 조사 '이와 을'이 탈락되고 술어가 '지다'로 통일되면서 '척지다'라는 단어가 탄생했다.

주목할 것은 '척지다'의 '척'이다. 고대 동양 법제상의 '피고(被告)'를 가리키는 말이라 한다. 특히 조선시대에서는 이 말이 많이 쓰였다. 당시 송사(訟事)에는 소송을 당한 피고를 '척'이라 했다. 피고는 민사재판에서 대체적으로 원고에게 경제적·정신적 등으로 손해를 입힌 사람이라 볼 수 있다. 원고와 피고 모두 외짝이지만 피고가 일단 법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데다 원고에게 원한을 샀기 때문에 피고에 한정해 '척'이라 했던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척지기가 다반사다. 사회구조의 근간이 되는 인간관계가 좀먹고 있다. 좀먹은 인간관계가 사회구조를 견고히 할리 없는 것은 명약관화다. 인간과 사회구조가 척지기도 잦다. 사회구조를 지탱한다고 자부하는 위정자들이 인간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해 독점적으로 휘두르기 때문이다. 사람들끼리 원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구조와 원수가 된다는 말이다.

사람과 사람의 '척짐'은 최소한 법이 해결할 수 있다. 사회구조와 인간의 '척짐'은 누가 해결할 것인가. 사회구조가 '피고'가 되면 말이다. 사회구조가 척지는 것은 위정자에 무한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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