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과 일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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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과 일꾼
  • 충청투데이
  • 승인 2018년 04월 19일 18시 11분
  • 지면게재일 2018년 04월 20일 금요일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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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류지봉 충북NGO센터장


다가오는 6월 13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예비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아직까지는 누구를 대표로 선출할 것인가 관심이 많지 않지만 지난 광장 촛불집회 이후 정치에 관심이 많아진 가운데 치러질 이번 선거는 그동안 치러진 선거의 구태연한 모습 없이 말 그대로 지역민을 위해 봉사할 진정한 일꾼을 뽑는 기회가 되길 진정으로 바란다.

많은 정치인에 관한 영화가 있었지만 몇 해 전 보았던 ‘철의 여인’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영국 최초의 여성총리로 선출돼 3선에 성공하면서 절대적 권력을 차지했고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함께 전 세계의 정치 지도자로 이름을 떨치던 여인. 하지만 시간을 갖고 좀 더 생각해 보면 그녀는 복지축소, 긴축재정, 공기업 민영화 등으로 요약되는 신자유주의정책의 신봉자로서 노동자와 약자들을 힘으로 짓밟은 타협과 협상을 모르는 독선의 지도자다. "국민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발언은 그녀가 가진 신념의 전부였다. 20세기 말, 역사의 얼굴을 추악하게 바꾸어 놓은 그녀의 정치적 신념은 21세기에도 여전히 많은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대처 전 수상의 전기 영화인 ‘철의 여인·The Iron Lady’은 현재의 치매 걸린 대처와 격동적인 지난날들의 회상이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치매에 걸려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대처는 죽은 남편 데니스 대처를 떠나보내지 못한다. 권력을 잡기 위해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던 지난날들의 아쉬움이 그녀의 노년을 혼란 속에 감금해 버린다. 남자들만의 세계였던 보수성향의 영국의회는 여성의원을 조롱하지만 마가렛은 주눅 들지 않고 자기의 정치적 신념을 펼쳐나가기 시작한다. 정신병원이라 불리는 의회에서 그녀는 어려운 경제상황, 불안한 사회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고집스러울 정도의 자기 정책에 대한 믿음,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 그녀는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 직면하게 된다. 탄광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설득과 타협을 말하는 내각들과는 달리 만민의 평등은 없다며 강력한 경제를 일으켜야 된다는 아버지의 옛 모습을 떠올리는 마가렛은 아이들을 위한 미래를 위해서라며 총리에 도전한다. 이러한 독단적인 국정운영은 마침내 보수당 내에서도 반발을 불러와 결국 마가렛은 총리에서 사임하게 된다.

국내 개봉당시 영화 포스터에는 '나는 굴복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그녀에 대한 평가는 국가파탄의 경제상황에서 국가를 구한 강력한 지도자라고 평하는 보수주의자들과 약육강식 논리로 사회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진보주의자들로 극명하게 나뉜다. 또 한편의 영화 ‘빌리 앨리어트’는 마가렛 대처의 총리 시절 진행됐던 탄광파업을 배경으로 대처리즘의 어두운 구석을 보여준다. 이를 뮤지컬로 만드는 과정에서 음악을 담당한 가수 앨튼 존은 '메리 크리스마스 메기 대처'라는 곡에서 "우리는 오늘을 축하해 당신이 죽을 날이 하루 더 가까워졌으니"라는 후렴구를 넣어 탄광노동자들의 상처를 표현했다고 한다.

우리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는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시대가 지역일꾼은 소신과 원칙도 중요하지만 부드러운 소통과 공명할 줄 아는 리더십을 지닌 지역일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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