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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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빈집
  • 충청투데이
  • 승인 2018년 05월 23일 18시 25분
  • 지면게재일 2018년 05월 24일 목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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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희 대전시 균형발전과장

주택은 개인과 가족의 삶이 담긴 휴식의 공간이자 추억의 시간이 쌓인 곳이다. 내가 어렸을 때 살던 시골집은 나무로 세운 기둥과 대들보, 서까래가 훤히 보이고 볏짚을 잘게 썰어 섞은 흙으로 채워진 집이었다. 비록 낡았지만 5대째 내려온 시간이 축적된 정겨운 집이다. 토방에 올라서면 마루에 맞닿은 안방과 윗방 그리고 마루모퉁이에 머릿방이 보이는 그다지 크지 않은 집이었지만 할아버지·할머니, 부모님과 형제 3대가 어울려 같이 살았다. 기와집 3~4채와 초가집 50여 호가 어우러진 동네는 시간이 흘러 초가지붕이 함석과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었다. 집집마다 4~7명의 아이들을 둔 가정이 흩어지거나 동네를 떠나 지금은 10여 호 밖에 남지 않았고 학생 수 1200여명에 달하던 인근 초등학교는 내년에 폐교된다. 비록 시골과는 여건이 다르지만 2010년 이후에는 인구의 정체 및 감소, 고령화와 도시공간의 외연적(外延的) 확산에 따른 거주민 이주로 구도심 쇠퇴와 공동화 현상이 촉발되면서 빈집이 점차 늘고 있다. 또한 도시 내 빈집은 안전사고 위험, 범죄 발생, 주거환경 악화 및 주변지역 슬럼화 등 부정적 영향을 유발하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전시가 2017년에 미분양주택을 제외하고 6개월 이상 상수도 미사용 계량기(가정용) 조사 등을 토대로 빈집을 조사한 결과, 빈집은 총 3967호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중 36.1%에 해당하는 1434호가 중구에, 33.7%인 1336호가 동구에 분포되어 대전 빈집의 약 70%가 원도심 주변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가 2016년부터 시행중인 '빈집정비사업' 조사에서는 정비예정구역을 제외한 일반지역에서 총 530동의 빈집이 조사되고 이를 바탕으로 빈집정비사업 계획을 수립하였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동구 대동 산1번지 하늘공원 주변과 도심지내 폐·공가 빈집 25개동을 철거하고 주민쉼터, 주차장, 텃밭 등 공공 공간으로 조성하였다. 올해도 도시미관 저해, 악취, 해충 발생 등 주거환경을 저해하는 빈집 10동 이상을 정비해 나가고 있다.

정부에서는 빈집정비 활성화를 위하여 지난 2월 9일부터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을 시행하여 제도적 정비체계를 구축하였다. 타 광역단체에서는 부산시가 2012년'햇살둥지 사업'을 서울시는 2015년에'빈집 살리기 프로젝트'로 빈집 리모델링을 통한 임대주택 제공 사업을 시행하는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빈집사업을 실행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독일이 2002년에 구 동독지역의 100만호 빈집정비를 위한'동부독일 도시개조 프로그램'과 일본의 거주체험시설·창작활동시설·교류시설 등의 빈집재생추진사업이 진행되었다.

고령화·저출산·저성장시대 등 미래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상징으로 지역 쇠퇴의 바로미터이자 그 지역을 재생할 자산이 되는 것이 빈집이다. 이제는 급증하는 빈집의 위협 앞에서 우리의 미래를 고민해야 될 때이다. 대전시는 빈집 방치로 인한 화재나 붕괴 등 사회적 문제를 최소화하고 빈집정비를 통한 도시재생 선도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 빈집에 철저한 조사와 관리 그리고 재정적 투자를 해 나갈 계획이다.

시는 한국국토정보공사와 함께 빈집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으며 상반기에는 업무협약과 DB구축, 시스템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 가로주택 정비사업 등 빈집의 다양한 정비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이러한 정비 방안은 도시재생의 시너지 효과와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이며 빈집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첫 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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