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숨결, 한남금북정맥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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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숨결, 한남금북정맥을 걷다
  • 충청투데이
  • 승인 2018년 08월 30일 18시 39분
  • 지면게재일 2018년 08월 31일 금요일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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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박연수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한남금북정맥 탐사를 마무리 했다. 증평의 좌구산에서 안성의 칠장산까지다. 짧은 일주일의 기간이지만 폭염, 태풍, 폭우, 추위를 모두 겪었다. 대원들 모두 건강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식생(초본, 목본) 및 관리실태를 조사했다. 저녁마다 진행되는 일일 탐사보고와 인문학 강좌도 잘 마무리 됐다. 각조별 팀워크 좋았고 지원팀도 역할에 충실했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아파오는 것은 혼자만의 느낌일까?

한남금북정맥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한강의 남쪽 금강의 북쪽에 위치한 산줄기다. 백두대간 속리산 천왕봉(1708m)에서 분기하여 충북을 동서로 가로지른다. 총 길이는 169.2㎞이다. 이곳은 세 가지의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첫째로 인문학적 가치다. 문화를 나누는 구간이자 문화 소통의 공간이다. 서로 다른 문화권 즉 충북의 금강유역과 한강유역 문화권이 나눠지고 이동하는 곳이다. 산줄기와 고개마다 민초들의 삶의 애한과 이야기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자하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겼다.

둘째 생태이동통로로서의 가치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동하던 생태계가 속리산에서 한남금북정맥을 통해 충북인의 삶속으로 스며들어오는 공간이다. 백두산 호랑이도 이 산줄기를 통해 충북의 기상을 백두산(2744m)으로 전했으리라. 셋째 충북인의 치유와 삶의 터전이다. 충북의 중심으로 들어온 한남금북정맥은 생활터전과 어우러진 삶의 영역이자 고단한 삶을 위탁할 수 있는 치유의 숲이다. 지금도 산줄기 주변에는 농토가 많이 있으며, 숲이 울창해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북인의 삶과 밀접한 한남금북정맥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생산지를 확보하기 위해 개간 후 버려진 땅들, 숲속 삶을 위해 훼손된 전원주택 단지, 공장용지를 확보하기 위해 파헤쳐진 마루금, 공단조성을 위해 아예 마루금을 통째로 파 없애버린 공단구역 등은 지금도 마음을 쓰리게 한다. 방향을 엉뚱하게 표시한 이정표는 행정의 무관심과 무성의의 극치였다. 음성군과 산림청이 함께 설치한 이정표는 물론 나무 이름까지 다르게 붙여 놓았다.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충북과 음성을 어떻게 생각하며 지나갔을까?

'충북의 숨결 한남금북정맥을 걷다'는 프로그램은 충북의 대표 산줄기이지만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한남금북정맥을 탐사를 통해 모니터링하고 자료를 축적하여 정책적 개선방안을 도출하고자 시행됐다. 또한 보호법이 없어 무분별한 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알리고 정맥 보호에 관한 초석을 다지기 위해 진행되었다. 탐사를 통해 본 한남금북정맥의 훼손정도는 심각하였다. 훼손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복원계획을 세워야 한다. 사람이건 동식물이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한다. 부득이 복원이 어려운 구간은 숲길을 만들어 이동통로를 확보해야 한다. 두 번째 정확한 안내도가 필요하다. 한남금북에 대한 정확한 안내지도가 없어 훼손지에서는 가다가 되돌아오기 일쑤다. 특히 잘못 방향을 표기한 안내판은 빨리 보완해야 한다. 셋째, 역사·문화·민속을 중심으로 한 인문학적 고찰이 중요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남금북을 기억하는 지역주민들이 세상을 떠난다. 지금이라도 빨리 생생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내야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충북인의 숨결을 담아내고 사람과 자연이 상생하는 공간으로서의 한남금북정맥을 만들어 가야한다. 그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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