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中企 R&D 인력난, 정출연이 해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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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당] 中企 R&D 인력난, 정출연이 해소하자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03월 03일 18시 11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3월 04일 월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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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균 ETRI 중소기업협력부장

경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7년 2·3분기에 경기가 정점을 찍고, 이후 횡보 또는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인력난, 구인난이 한꺼번에 덮침에 따라 중소기업의 고충은 한층 더해 가고 있다. 지난해 잡코리아에서 발표한 ‘중소기업 인력실태 현황'에 따르면 중소기업 인력난이 2008년 46.7%에서 2018년 68.7%로 증가했고, 중소기업은 적시에 직원을 채용 못해 현재 인력부족이 심각하다는 보고다.

역설적으로 청년실업률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문제는 청년층의 구직난과 중소기업의 구인난 사이의 ‘인력수급 미스매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인력문제의 불일치 문제를 전부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정부출연연구원 종사자 입장에서 보면 중소기업 기술개발 인력난을 일정부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본다.

바로 ETRI가 지난 2014년에 도입한 ‘연구인력 현장파견'이라는 제도다. 본 사업은 최근까지 73개 기업에 62명의 연구원을 파견 보내,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및 신규시장 진입 애로사항을 힘써 해결해 주고 있다.

대표적인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는 2013년에 창업한 스마트 그리드 분야 신생업체인 ㈜그리드위즈의 케이스이다. 이 회사의 경우 창업자가 기술력은 있었지만, 사업전개 방향을 찾지 못해 애로를 겪고 있었다. 이에 에너지-IoT 분야의 인적 네트워크와 지식을 갖춘 연구자를 파견, 스마트 그리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줬다.

아울러 기술마케팅 활동을 통해 국제표준기반 스마트에너지 분야 기술력 인지도 톱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줬다. 이러한 기술·인력 밀착지원으로 매출액이 2014년 13억원에서 2017년 300억원, 2018년 1천억원으로 급성장하며 에너지신산업 강소기업으로 쑥쑥 자라고 있다.

두 번째 사례로는 해외진출 애로를 겪고 있던 무인단속시스템 개발업체인 렉스젠㈜의 경우이다. 필리핀 다기능 무인단속 시장에 진입하고 싶었으나, 관련 분야 전문가가 없어 해외시장 진출에 애를 먹고 있었다. 이에 알고리즘 개발 전문가 파견으로 필리핀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되었고 번호인식 모듈 개발 및 서비스 아이디어 제공을 통해 20억 원의 수출계약을 체결케 되어 해외진출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세 번째 사례는 자동차 엔진용 부품 제조업체인 ㈜한국후꼬꾸의 경우이다.

회사의 ERP 및 MES 자원 시스템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었던 설비 가동률 문제와 품질관리 모니터링 시스템 문제를 시스템 아키텍처 전문가의 도움으로 설비 및 공정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을 이룰 수 있었고 이로써 개발비용 절감, 개발기간 단축, 개발인력 대체효과 등으로 이어져 매년 15억 원의 생산효과를 올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반도체 검사용 SW 개발업체인 ㈜블루타일랩의 사례를 보면, 본 기업은 반도체 머신비전 SW 기능 다양화 및 딥 러닝 기반의 머신비전과 같은 신기술을 선행 개발하고자 했으나, 회사 내 관련 기술 전문가가 부족하여 애로를 겪고 있었다. 연구원은 관련 분야 연구자를 회사에 파견하여 R&D경험이 부족한 인력을 체계적으로 교육시켰고, 기술개발 및 기술자문 등을 통해 신규과제 수주, 개발기간 단축과 비용절감, 기능개선 등 기업의 제품경쟁력 향상에 크게 일조했다.

이처럼 현직연구자의 개발지식과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애로 해소 및 시장개척에 정부출연연구원이 다양한 역할을 수행중이다. 중소기업에 파견 갔던 연구자들의 공통된 목소리중 하나가 기업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것 또한 많았다는 점이다. 연구자가 당초 목표였던 기업을 도와준 바도 많았지만, 현장으로 파견된 연구원의 박사들 또한 R&D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 애로사항 청취, 지원을 통한 성취감 등 많은 것을 배워 왔다는 것이다. 역시 ‘현장 속에 답이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또 다른 측면에서 제안을 하고 싶다. 이젠 현직 연구자 파견을 좀 더 확대하고 아울러 퇴직연구자도 활용하자는 것이다. 현재 과학기술분야 25개 정부출연연구원에서 향후 3년 이내에 퇴직하는 전문 인력이 약 1200명이나 된다. 이러한 고 경력 과학기술인력의 경험과 노하우를 십분 활용하여 중소기업 기술개발 및 시장개척 관련문제를 해결한다면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新중년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 정부출연연구원 연구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현장 파견을 통해 혁신성장의 마중물이 되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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