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픽]인증샷이 뭐길래…SNS 문화가 바꾼 소비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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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픽]인증샷이 뭐길래…SNS 문화가 바꾼 소비패턴
  • 길금희 기자
  • 승인 2019년 03월 30일 09시 05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3월 30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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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봄날 이태원에 위치한 한 카페.

카페를 오르는 계단부터 테라스 출입문까지 휴대전화를 손에 든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다.

대체 이집 커피가 얼마나 맛있기에 이렇게까지 긴 줄이 늘어섰나 했더니, 대기자들이 향한 곳은 음료 주문대가 아닌 테라스에 만들어진 일명 ‘포토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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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낮 시간, 카페를 찾은 사람들이 인증샷을 찍기위해 줄을 서고 있다.

카페 방문자 모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인증샷’을 찍기 위해 긴 시간 대기를 하고 있던 것. 알고 보니 이 카페는 옥상 테라스에서 바라본 배경이 마치 유럽에 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해 SNS 사용자들 사이 입소문이 나면서 인증샷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족히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카페 안 길목을 빽빽이 채우고, 저마다 자신의 사진 찍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몰려드는 인파에 정작 커피를 마시기 위해 들른 사람들은 앉을 자리가 없어 테이크아웃을 하거나, 인상을 찌푸리고 가게를 나설 정도였다.

최근 SNS와 온라인커뮤니티에서 인증샷 열풍이 불면서 관련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인증샷 문화가 위축된 상권 회복 등 긍정적 영향 보다는 잘못된 노출심리 확산 등 사회적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해 말 미국 그랜드캐년에서 추락 사고를 당한 대학생 A(25) 씨.

3억원이 넘는 고액의 병원비를 떠안게 된 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상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A씨 사고가 인증샷을 찍는 과정서 비롯된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병원비 후원을 반대하는 여론과 A씨를 응원하는 여론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A씨는 사고 52일 만에 정부의 지원을 받고 무사히 한국으로 후송됐지만, 아직도 그를 향한 비난의 여론은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여행지에서 무리하게 인증샷을 찍으려다 사고를 당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기억이 될 만한 사진을 찍고 싶은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SNS 문화의 발달로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요즘 SNS 상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와 ‘조회수’를 기록한 게시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특별한 장소를 배경으로 하거나 혹은 특별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인물의 사진들이다.

마치 누가 더 특별한 존재인지를 뽐내듯 특별한 일상을 기록한 사진들이 타인의 선택을 받고 인기게시물로 등극됐다.

이곳에선 누군가의 게시물은 누군가의 가치를 증명하는 수단으로 탈바꿈 됐다.

#. 주객전도된 SNS 목적, 사진에 잘 나와야 맛집?

이런 노출심리는 소비트렌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외식문화가 있다.

SNS 사용자들이 많아지고 인증샷 문화가 유행하면서 맛집은 이제 더 이상 맛있는 음식을 멋는 곳이 아닌 사진찍기 좋은 곳이 됐다.

음식의 맛보다는 분위기가 좋은 집이 유명 맛집이 된 셈이다.

음식점마다 사진에 예쁘게 나오는 SNS용 메뉴개발에 매진할 정도다. 최근 소비패턴이 이런 노출심리를 반영한 시각적인 요소를 강조한 점을 알 수 있다.

한 심리학 전문가는 “사회적 관계망인 SNS가 공감과 소통이라는 애초 목적과 다르게 과시욕망의 무대로 뒤바뀌고 있다”며 “사회성을 기르고 좋은 인맥을 형성하는 SNS 상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생기지 않도록 이용자 스스로 자정하는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길금희 기자 goldenlad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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