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정보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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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칼럼]'정보 동물'
  • 충청투데이
  • 승인 2005년 08월 30일 00시 00분
  • 지면게재일 2005년 08월 30일 화요일
  •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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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와 국교를 수립하기 전인 80년대 후반 모스크바를 방문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당시 소련 KGB의 사실상 산하기관인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일하는 젊은 러시아인과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놀랍게도 그는 한국말을 잘 할 뿐아니라 대전, 특히 대덕연구단지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 더욱 그의 극동문제연구소 직원이 5백명이라는 사실에 입이 벌어졌다. 극동문제라면 우리 나라와 일본이 주 대상인데 이렇게 많은 인원이 무엇을 노리고 있겠는가? 물론 정보다.

이처럼 정보전쟁은 적도 없고 우방도 없이 24시간 계속되고 있고 지구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 그래야만 경쟁시대 국가가 살아 남기 때문이다.

미국 CIA나 '007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로 잘 알려진 영국의 M16, 러시아의 KGB 그리고 이스라엘의 모사드 등등, 세계 모든 나라가 정보기관을 갖고 있는 것도 그런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은 중국 모택동 시절, 국방부장 임표의 구데타 음모정보를 입수해 모택동 주석에게 제공하여 그를 구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지금도 친미 국가이면서 이스라엘은 중국에 무인 정찰비행기등 많은 전략물자를 수출해서 돈을 버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정보가 국익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정보전문가들은 미국 CIA나 이스라엘 모사드보다 더 무서운 정보수집능력을 보유한 나라는 일본이라고 말한다.

지난 90년대 우리 나라에 나와 있던 후지TV 시노하라 특파원이 우리의 군사기밀을 빼낸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었지만 일본인들의 정보수집 집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상사(商事)직원, 관광객, 특파원, 가릴 것 없이 일본 사람들은 이 정보가 자기네 나라의 정책수립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그것을 수집하여 관계 당국에 보내는 것이다.

이런 정보능력으로 일본은 70년대 서방세계에서는 제일 먼저 석유파동을 탐지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사람을 '경제적 동물'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정보 동물'이라고 평하는 사람도 있다. 인간자체가 생존을 위해 정보를 필요로 하는 '정보 동물'이지만 일본인이 더욱 심하다는 것이다.

요즘 'X-파일'여파로 우리의 국정원이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우리의 고질적 '냄비 기질'로 비난을 퍼부어야 지식인이고 민주인사처럼 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언론에서도 정권이 바뀔때마다 섣부를 개혁으로 만신창이가 됐느니 '골다공증'에 걸린… 또는 '아노미 상태(혼돈)'니 하는 언급이 쏟아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국정원은 공중분해 될지도 모른다.

과연 그것이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일까?

물론 국가권력을 악용한 범죄행위는 철저히 다스려야 한다.

그리고 그런 행위가 재발될 수 있는 소지도 아예 없애는 장치가 필요하며 어떤 '정치적 목적의 유혹'도 차단돼야 한다. 범법행위와 조직은 구별되어 생각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 CIA처럼 국가를 위한 순수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는 정보전쟁시대, 대한민국만 무장해제를 당하는 것은 아닌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경쟁국들이 미래를 향해 정신없이 뛰고 있는데 우리는 365일 언제나 과거에 발목 잡혀 수렁속에서 허우적 거려야 하는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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