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번 하얀 물변땐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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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번 하얀 물변땐 의심"
  • 우세영 기자
  • 승인 2002년 10월 31일 00시 00분
  • 지면게재일 2002년 10월 31일 목요일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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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콜레라(급성장염)
▲ 늦가을부터 다음해 1, 2월까지 발병하는 '가성콜레라'는 콜레라와는 전혀 무관하며 심각한 병도 아니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사진은 정지영 을지대 소아과 교수가 가성 콜레라를 앓고 있는 환아를 진료하는 모습.
요즘처럼 겨울 날씨에 어울리지 않게 소아과에는 여름철에나 보일 급성 설사환자들이 늘고 있다. 설사의 양상이 콜레라와 비슷해 '가성 콜레라'라고 불리는 이 증상은 해마다 늦가을에서 겨울까지 극성을 부리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가성 콜레라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이 즈음 설사로 소아과를 찾는 70∼80%는 로타 바이러스가 원인인 급성 장염환자이다.

하루 10회 이상 쌀뜨물처럼 하얀 물변을 보는 이러한 증상을 흔히 '가성 콜레라'라고 일컫는데 '콜레라'라는 명칭 때문인지 사람들은 필요 이상의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콜레라와는 전혀 무관하며 그만큼 심각한 병도 아니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주로 생후 3개월에서 24개월 사이에 많이 발병하는 '로타 바이러스 급성 장염'은 48시간의 잠복기를 거쳐 초기에는 열감기와 아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갑자기 토하면서 물이 많이 섞인 설사를 하루 평균 10회 이상 하게 된다.

구토와 발열은 2일째에 호전되나 설사증상은 구토가 가라앉은 다음에도 5∼7일간 지속된다.

이 바이러스는 소장의 융모 끝 세포를 감염시켜 파괴시키기 때문에 소장내 수분흡수에 장애를 일으켜 설사를 유발한다. 그래서 배는 많이 아프지 않지만 수분 손실이 많아 탈수를 주의해야 하는데 아이의 설사나 구토의 횟수, 소변의 양과 횟수를 관찰, 탈수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급성 설사를 하는 병은 그 원인에 따른 치료도 중요하지만 일단 탈수를 줄이는 치료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집에서 부모들이 간단하게 해 줄 수 있는 탈수방지의 방법으로는 '경구수액요법'이 있는데 6시간 내에 탈수를 교정할 수 있다. 경구수액제제는 '페디라' 또는 '에레드롤' 등의 전해질 용액으로 일반 약국에서 의사의 처방 없이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여기에 물을 탄 후 수시(15분마다)로 먹이면 된다. 이런 전해질 용액에는 포도당과 소금같은 것들이 들어 있어서 기본적인 염분과 열량을 보충해 줄 수가 있으며 당분은 손상된 장 점막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변의 양만큼 같은 양의 수분이 공급만 된다면 환아는 보채지 않고 잘 놀게되고 설사가 지속돼도 5∼7일 내에 자연 회복되므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구토가 심해서 전해질 용액을 먹일 수 없는 경우나 탈수로 인해 아이가 늘어지고 소변의 양과 빈도가 줄어들면 빨리 입원시켜 치료해야 한다.

정지영 을지대학병원 소아과 교수는 "바이러스성 장염을 앓게 되면 장 점막에 손상을 줘서 일시적으로 분유의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게 된다"며 "이 때 우유를 먹이면 소화시키지 못하고 다시 설사를 하므로 유당이 들어 있지 않은 설사용 분유를 먹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그는 또 "그러나 설사용 분유는 2차적 설사를 방지하기 위한 분유일 뿐 설사를 치료하지는 못하나 급성 설사가 장기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설사를 할 때 설사용 분유로 교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러한 로타 바이러스로 인한 급성 장염은 아직 마땅한 백신이 없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책일 수밖에 없다. 또 병에 걸린 아이도 처음 3∼4일간은 남에게 잘 옮기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 바이러스의 전파는 '분변―경구'의 경로이며 주요 감염원은 바이러스와 사람의 직접적인 접촉이다.

따라서 엄마의 손을 통해서 사방으로 장염균이 퍼질 수 있으므로 기저귀를 간 후에는 비누로 손을 잘 씻어야 한다. 돌보는 사람들이 좀 힘들더라도 한번 더 손을 씻는 것이 한 아이라도 장염을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다.

가능하다면 허벅지 부위로 변이 새지 못하도록 처리한 '종이 기저귀'를 착용시키는 것이 전염을 줄일 수 있다. 아이들의 손과 얼굴을 열심히 씻겨주고 옷을 자주 갈아 입혀 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장염으로 설사한 변이 묻은 아이의 옷을 다른 아이의 옷과 분리해서 세탁을 하는 것이 좋으며 세탁도 철저히 해야 한다. 세탁을 할 때 살균 소독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변기 청소도 잘 해 줘야 한다. 변기에 묻었던 미세한 변이 다른 아이의 손을 통해서 입으로 들어가 병을 옮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염된 물체, 음식물, 음료수, 하수에 의한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평소에 주변의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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