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18세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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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당] 18세의 의미
  • 충청투데이
  • 승인 2020년 01월 19일 15시 15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1월 20일 월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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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을석 충북도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장

나이가 들수록 더 자주 나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이란 무엇인가. 나잇값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멋있게 나이 든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농담 삼아 나이의 어원이 '나의 이(치아)'일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어릴 적엔 이가 많이 난 것이 나이 먹은 것이고, 늙으면 이가 적은 것이 나이의 증거이니 엉터리 추측은 아니라고 덧붙이면서…. 신체적인 나이는 대체로 이렇다.

소년기에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기보다는 얼른 노인이 되고 싶었는데, 그 이유는 노인이 가진 지혜와 여유로움이 부러웠기 때문이었다. 칼 융은 인간이 가진 원형적 이미지 중에 하나로 '늙은 현자'를 꼽고 있다. 정신적 성숙을 향한 인간의 본성을 말하고 싶었으리라. 또 다른 나이다.

한편 사회적으로는 나이가 권리, 의무와 관련된 주요 기준이 된다. 나이를 일정 정도 먹어야 권리의 주체가 된다. 더불어 병역과 같은 의무를 부과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최근 18세라는 나이가 화제가 되었다. 개정된 공직선거법이 선거 가능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었기 때문이다. 이로 말미암아 새 유권자가 53만 명이 생겼다. 그중 고 3이 14만 명이다.

18세가 정치에 대해 얼마나 알며 정치인을 올바르게 뽑을 수 있을까, 학교가 정치로 오염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다. 또 입시나 취업을 앞둔 학생들이 본연의 일을 소홀히 하지는 않을지, 혹여 선거법 위반 등으로 학생이 처벌받지나 않을지 노심초사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일이니 어찌 걱정과 긴장이 없겠는가.

세계 대다수 나라에서 18세 선거권을 주고 있고, 더러는 그 이하 나이에도 선거권을 주는 사례도 있다. 세계적 보편성을 이제야 겨우 좇아가는 형국이다.

그러니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나라 18세만이 유독 미성숙하다거나 다른 나라에 없는 학업과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 혼란과 갈등이 없을 수 없겠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안정화될 것이다. 국제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면 그렇다.

일각에서는 18세 학생 유권자의 등장으로 초중등교육에서 선거교육, 정치교육, 나아가 민주시민 교육이 진일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걸고 있다.

선거는 시민적 권리와 의무를 이행하는 중요한 절차이다. 책으로, 지식으로만 배우는 정치를 넘어 실천적으로 정치를 배우는 기회이다.

그러니 이러저러한 우려보다는 우리의 18세들이 제대로 정치를 알고 성숙한 존재, 당당한 시민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보제공, 여건 조성, 방향 제시를 해야 한다고 본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30대~40대 총리가 나오고 있다. 젊은 지도자가 국가를 대표하고 국가를 이끄는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빨리 정치인으로 성장한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학생 때의 풍부한 정치 경험, 청소년 정당 활동 등이 주요한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18세, 어리지 않다. 더 어린 나이에, 유관순 열사 등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웠다. 4·19 혁명 때는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렸다. 이몽룡과 성춘향은 사랑을 나눴다. 신체적 성숙과 정신적 발달, 사회적 지식과 올바른 의견 형성 등을 볼 때 18세는 선거에 참여하기 딱 좋은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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