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통합과 배려 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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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통합과 배려 컴퓨터
  • 충청투데이
  • 승인 2020년 02월 25일 18시 03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2월 26일 수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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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 우송정보대 호텔관광과 교수

개강이 3월 2일에서 16일로 2주 연기됐다. 예전 같았다면 대학은 떠나보내는 행사와 받아들이는 행사로 분주했을 시간이었겠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우리 대학도 여타 집단 행사는 모두 취소된 상황으로 감염예방을 위하여 만전을 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초래한 구멍 난 방역은 결국 국가재난사태의 지경으로 치닫고 부랴부랴 사태를 수습하려는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확진 환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그렇다고 너무 비판만 하는 것도 한나라의 국민으로서 도리도 아닌 것 같고, 다만 늦었지만 코로나19 대응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단계 격상을 하고 코로나19 확산 저지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질병관리본부를 믿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위생관리와 방역에 함께 동참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바이러스는 비단 사람이나 동물 등에게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연구실에는 10년 전에 대학에서 제공해준 구형 컴퓨터 1대와 4년 전에 받은 신형 컴퓨터 1대를 포함하여 데스크탑 PC 2대가 있다. 보통은 새로운 컴퓨터를 제공받으면 기존 컴퓨터는 폐기하는 것이 관례지만 2TB(terabyte, 2,048GB)에 가까운 수많은 자료를 백업하기에 역부족하여 2대를 공유하고 있던 차였다.

참고로 나는 학문적인 통계소프트웨어와 한글, MS-Office 몇 개정도 다룰 줄 아는 컴맹에 가까운 사람이다. 그런데 며칠 전 큰일이 나고 말았다. 아끼던(?)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지 속도는 거북이 수준이고, 일부 데이터 파일은 아예 사라져 버렸다.

결국 전문가에게 의뢰한 결과 심각한 바이러스 감염은 물론 윈도우7 환경이라 그런지 보안에도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마디로 컴퓨터를 포기해야 할 정도란다. 이렇게 든든하게 나를 지탱하여 주었던 컴퓨터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이 아쉬워 전문가에게 그냥 다 포기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RAM(Random Access Memory)은 오히려 8GB 램으로 성능이 좋단다. 그러니 램은 떼어다가 새로운 컴퓨터에 옮겨서 속도를 높이고, 하드용량도 높으니 포맷하여 통합하자는 제안을 해온다.

그리하여 중요한 파일은 바이러스를 제거한 후 백업을 하고, 램과 하드를 새로운 컴퓨터에 옮겼다.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속도의 신세계가 펼쳐졌고, 컴퓨터 한 대에 큰 하드용량을 4분할해 놓으니 기존에 파일을 찾기 위해 구형 컴퓨터를 찾았던 수고를 덜게 됐다. 아주 사소한 것 같지만 위대한 일을 이루어 낸 기분이 들었다. 구형과 신형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고 참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이루어낸 것에 기분이 참 좋아졌다.

우리들의 사회도 이처럼 통합과 배려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그저 구형이라고 버리고 내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에 맞춰보는 사회적 통합이 존재한다면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참으로 아름다워질 것으로 판단한다. 사회가 그렇듯 정치에도 이러한 배려와 통합이 반영되길 기대해 본다.

나라가 온통 바이러스로 병들고 있는 이 시기에 사회적 통합, 정치적 통합, 문화적 통합이 실현된다면 위기는 곧 기회가 될 것이고, 바이러스를 슬기롭게 이겨낸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세계에서 인정을 받을 것이다.

지금은 누가 누구를 이겨야 하고 다른 목소리를 내야 하는 때가 아니다. 우리들의 반만년 역사에는 늘 위기를 극복하는 저력이 존재하고 있다.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도 그랬고, 심각한 전염병에 대처할 때도 그랬듯이 대한민국의 바이러스 치료제는 언제나 사회적 통합과 배려였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미약했으나 슬기로운 대한민국 국민들이 나서서 바이러스 난국을 이겨나가길 소원한다.

이제 나의 연구실에는 통합된 컴퓨터가 나와 치열하게 2020년대를 함께 할 것이다. 조금 우스운 일인 것 같지만 당분간 구형 컴퓨터는 통합을 위해 자리를 배려한 컴퓨터로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그 순간까지 통합과 배려컴퓨터로 명명하여 연구실에 남겨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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