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미술관과 미술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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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당] 미술관과 미술책
  • 충청투데이
  • 승인 2020년 03월 22일 16시 16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3월 23일 월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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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미술관의 전시는 짧지만, 미술책은 영원하다. 미술관에서 만드는 미술책을 ‘도록’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목록이라는 의미가 강한 ‘카탈로그’보다 ‘아트북’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다. 미술관이 만드는 미술책은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특별전 도록, 둘째는 소장품을 소개하는 명품 도록, 셋째는 가이드북과 같은 간단한 미술관 소개서다.

특별전 도록은 ‘학술형’과 ‘목록형’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학술형’ 미술책은 전시기획자와 작가의 생각·주장이 작품 이미지와 함께 글로 길게 들어간 책이다. ‘목록형’ 미술책은 전시 주제와 관련된 논문 2~3편과 전시에 소개된 작품해설을 순서대로 편집한 책이다.

미국의 미술관이 발행하는 미술책은 ‘학술형’의 영향력이 크다. 미국은 주요대학의 출판사와 공동출간하는 경우가 많다. 기획자가 필자로서 도록의 표지에 이름을 정확히 기재해 지적인격권을 분명히 한다. 특히 예일대학의 출판부가 미술관과 협업해 출간하는 미술책은 수준과 명성이 높다. 유럽과 미국의 미술관은 도판 이미지 사용료가 1건당 100달러가 넘는다.

그러나 특별전 미술책은 전시에 출품된 작품에는 대부분 이미지 사용료를 별도로 부가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미술관이 출간하는 미술책은 좋은 도판을 많이 수록하면서도 판매가를 50~100달러로 출간할 수 있다. 반면 개인이 출간하는 미술서는 도판 이미지 허가에 드는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도판이 적거나 혹은 도판이 없는 현대미술서가 다수 있다.

일본의 미술관은 300페이지가 넘는 책을 2500엔 전후로 판매가격을 유지한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 도판도 좋기 때문에 판매부수가 상당하다. 관광을 한 뒤에 사는 기념품으로 미술책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판매부수가 상당수를 유지하기 때문에 2500엔 정도의 판매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단 일본의 미술관은 미국과 달리 도록 표지에 기관명만 기재한다.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책은 기관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미술관은 좋은 전시가 많지만 모든 전시에 도록을 출간하고 있지는 않다.

한국의 미술관은 미술책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미술책 디자인 수준은 매우 높다. 몇 가지 개선할 부분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미술책의 국내외 유통이다. 국공립 미술관이 발간하는 도서는 판매용으로 만들려면 행정절차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비매품으로 만들어진 미술책이 많았다. 미술관이 발간한 책이 온라인에서 판매돼 일반인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은 아직 소수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전시를 직접 보지 못한 사람도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미술책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아마존과 같은 국제유통망에도 등록해 외국에서도 한국에서 출간한 미술책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는 미술책의 국제화 전략이다. 미술책의 내용이 외국어로 잘 전달되는가를 점검해야 한다. 많은 미술관들이 한글과 외국어를 병기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국문을 바로 영문으로 번역한 듯한 다소 아쉬운 글도 있다. 많은 노고가 필요하지만 영문으로 발간하는 미술책은 국외 독자들의 생각에 다가갈 수 있는 번역이 필요하다.

마지막은 미술책의 온라인공유 정책이다. 전 세계 도서관들이 수많은 e북을 무료로 공유하고 있다. 한국의 미술관과 박물관의 도록들도 외국인들이 한 곳에서 쉽게 PDF 등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하자. 이는 외국에서 한국 문화 연구의 중요한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한국은 온라인 데이터시대를 효과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할 때 더욱 더 만개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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