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광장] 사랑의 연탄 나누기 봉사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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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광장] 사랑의 연탄 나누기 봉사를 마치고
  • 충청투데이 기자
  • 승인 2020년 05월 21일 17시 05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5월 22일 금요일
  •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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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은 대전중앙고등학교 1학년 제공

일요일 새벽 5시30분. 알람 소리에 벌떡 눈이 떠졌다. 우리나라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발생한 1월 이후 실수로라도 깨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시간이어서 매우 어색했다. 중학생때 봉사활동을 가자고 엄마가 깨울 때면 더 자고 싶은 마음에 짜증을 내곤 했었는데, 오늘은 몸이 가볍게 움직여졌다. 오랜만의 외출이어서 좋았다. 학교 다닐 때는 방학만 기다려지고 짧은 방학이 늘 아쉬웠는데 이제는 간절히 학교에 가고 싶은 것을 보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참으로 대단한 녀석임엔 틀림없다.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그동안은 나오지 못하였지만, 오늘은 야외 봉사활동이기도 하고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방역 소독까지 마치고 봉사 활동에 참여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나는 첫 번째 봉사 대상 가구에 도착해 텅 비어있는 연탄 창고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동안 여러 번의 연탄 봉사를 다녔지만 이렇게 여분의 연탄이 하나도 없었던 적은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봄이라고 해도 날씨가 쌀쌀해서 난방이 필요한 어르신이 그동안 어찌 지내셨을지 걱정도 되었다. 오래간만의 봉사에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 연탄을 날랐다.

봉사할 때마다 만나던 형과 동생도 활동에 참여해 반가웠지만, 마스크 착용으로 얼굴이 절반도 넘게 가려져 있어 제대로 얼굴을 봤다고 할 수도 없는 만남을 뒤로하고 집으로 오는데 문득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지난 몇 달 동안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나는 겪어보지 않았을 고통이라 감히 짐작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해서 답답하다고 툴툴거렸던 것이야말로 말 그대로 행복한 투정이었구나 라는 생각에 부끄러워졌다. 모두가 힘든 시기라고 하지만,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더욱더 힘든 시기였을 것이고 도움의 손길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연탄을 모두 나르고 난후 창고에 가득 찬 연탄을 보며 고맙다고 여러 번 인사하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정확히 말하자면 안도의 미소를 지으시던 할머니의 표정이 머리에 새겨져 한동안은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봉사활동 하러 간다고 집에서 나설 때만 해도 단지 오래간만에 찾아온 외출이라 좋았는데, 집에 돌아온 지금은 작은 나의 도움도 어려운 이웃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더 좋다. 김동은 <대전중앙고등학교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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