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생존이란…영화 '#살아있다'가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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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생존이란…영화 '#살아있다'가 던지는 질문
  • 연합뉴스
  • 승인 2020년 06월 16일 08시 17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6월 16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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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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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재난 상황만큼 '살아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크게 느끼게 하는 것이 있을까.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살아있다'는 좀비 바이러스라는 소재를 통해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영화다.

가족들은 모두 외출한 평온한 아침, 준우(유아인 분)는 인공지능 스피커, 컴퓨터, 드론 등 첨단 기기 사이에서 잠이 깬다. 그는 곧 도시가 원인불명 증세 사람들의 공격에 통제 불능에 빠진 것을 알게 되고 가족들과 연락을 취하려 하지만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겨버린다.

가족들은 연락 두절 상태에 집에 있는 최소한의 식량도 다 떨어지고 좀비 떼의 공격에 밖으로도 나갈 수 없는 준우는 집에 고립된 채로 20일을 지낸다.

더는 버티기 힘들어진 그때, 건너편 아파트에서 다른 생존자인 유빈(박신혜)이 살아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다른 생존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원격으로 소통하며 함께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 나선다.

영화는 고립 상황에서 생존의 절박함과 좀비라는 소재를 섞어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 한다. 그 주제란 바로 인간의 생존은 단순히 숨을 쉬며 존재한다는 뜻이 아니라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사회적 동물'로서의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른 생존자가 있다는 것만으로 다시 살아갈 이유를 얻는 준우와 유빈을 죽은 것도 살아있는 것도 아닌 좀비와 대비 시켜 이런 주제를 강조한다.

나아가 좀비 떼 사이에서 살아남으려고 하는 준우와 유빈을 통해 현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을 은유한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재난 상황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두 청춘의 모습을 그렸다는 점에서 지난해 개봉한 '엑시트'가 떠오를 수밖에 없지만, 그보다는 다소 무겁다.

현실성을 주기 위해 곳곳에 놓은 장치들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고립의 장소인 아파트를 충실히 재현했다. 3천305㎡(1천평)의 면적에 지은 아파트 단지 세트는 실제 아파트처럼 실감 난다. 한국 아파트의 특징처럼 생각되는 지상·지하주차장과 복도 등이 현실성을 높여 가장 안전해야 할 집이 공격받는 것에서 오는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좀비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접촉을 피해야 한다'며 별 도움 안 되는 지침을 며칠째 반복해서 내놓는 정부 당국이나, 아파트 복도의 소화전이 고장 나 작동하지 않는다는 디테일 역시 영화에 현실성을 부여한다.

공교롭게도 개봉 시기와 맞물린 코로나19 사태와도 무관하지 않다. 집에 고립돼 한발짝도 나갈 수 없는 준우와 유빈의 모습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영화의 결말과 전달하려는 주제는 코로나19로 인한 뉴노멀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묵직한 주제에 집중하면서 좀비 영화로서의 장르적 재미는 놓친 듯하다. 이미 영화 '부산행'(2016)이나 드라마 '킹덤'으로 높아진 관객의 눈높이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장르적 재미뿐 아니라 개연성도 다소 떨어진다. 좀비 바이러스 발생의 원인을 설명하지 않은 것은 주제에 집중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었다고 해도 (전문 훈련을 받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준우와 유빈 두 사람이 수많은 좀비를 비교적 손쉽게 물리치는 장면 등은 영화적 허용으로밖에 넘길 수 없는 부분이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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