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기고] 원칙과 정도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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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기고] 원칙과 정도의 가치
  • 충청투데이
  • 승인 2020년 09월 28일 19시 30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9월 29일 화요일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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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현 호서대학교 법경찰행정학부 특임교수

우리나라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대표적 사례로 꼽는 가문은 경주의 최부잣집이다. 최부잣집이 이처럼 오랜 기간 ‘존경받는 부자 가문’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후손들이 조상들이 전해준 원칙과 정도를 잘 지켜나갔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것이 ‘흉년엔 재산을 늘리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이기적으로만 생각하면 흉년이야말로 남의 논을 헐값으로 사들여 재산을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러나 최부잣집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려움에 빠진 남을 갈취하는 것이 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원한(怨恨)이 서린 재산을 헐값에 취득하는 것은 원성을 사는 일이 되며, 그렇게 축적된 재산은 합법적 일지는 몰라도 정당한 재산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전 세계적·국가적 코로나 재앙 상황에서 일부 단체 사회지도층들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자신들의 목적과 이기심에만 몰입해 개천절 서울 도심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밝혀 적지 않은 국민들이 공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방 전세버스 업계에서 ‘개천절 집회 서울행 운행거부’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일부 단체들이 8·15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개최하면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됐고, 그로 인해 가중된 국민들의 고통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선언은 코로나19 사태로 극심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전세버스 업계에서 자발적으로 눈앞에 보이는 금전적 이익을 포기하겠다는 것이어서 우리 사회에 큰 귀감이 된다. 이처럼 자신의 이익보다는 원칙과 도리를 다하려는 다수의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논어에 ‘활을 쏠 때 잠자고 있는 새를 쏘아서는 안된다는 구절이 있다.

새를 잡더라도 졸고 있는 무방비 상태의 새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 ‘도(道)’가 있는 사냥꾼의 자세라는 것이다. 공동체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의 생명과 안전은 도외시한 채, 자신들의 이기심이나 분노와 감정을 참지 못하고 오로지 자기가 믿는 가치와 눈앞의 이익만을 앞세워 대다수 시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진 행동을 하는 것은 이웃에게 폐를 끼치는 일일 뿐만 아니라, 역으로 자신들도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일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어야만 정의와 원칙이 살아있는 사회가 이뤄지는 것이다. ‘아무리 자신의 이익과 목적을 달성하고 싶어도 원칙과 도리를 저버리면서까지 이익을 추구해선 아니 된다’는 경주 최부잣집의 가훈이 여기저기 이기심이 출몰하는 오늘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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