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기고] 웹툰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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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기고] 웹툰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 충청투데이
  • 승인 2020년 11월 03일 19시 30분
  • 지면게재일 2020년 11월 04일 수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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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목원대 웹툰·애니메이션과 교수

웹툰작가 지망생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입시생은 급격히 줄고 있는 데 비해 웹툰 관련 전공은 오히려 역주행이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적으로 만화, 웹툰 관련 대학 전공이 10곳 넘게 새로 생겼고, 올해도 3~4곳이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학령인구도 줄고 대학 전공도 예년의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에 반비례해 경쟁률이 곤두박질 칠 것으로 봤는데 필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학령인구 감소와 학과 설립 러시를 뛰어넘는 지망생의 유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망생들이 늘어나는 것은 관련 전공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기쁘지만 한편으로 불안한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1980년대 초중고를 다닌 필자가 만화가의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하는 데는 많은 장애물이 있었다.

우선 사회적 인식이 곱지 않았다. 유명 작가들을 제외하고는 낮은 임금과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대부분 중고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도 못한 상태에서 작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기약 없는 데뷔 기회를 기다리며 5년이고 10년 세월을 보냈다. 당시 만화가로 진로를 정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사회적 편견을 각오해야 했다.

만화계에 입문하고 나서 만난 대부분의 작가나 지망생들은 ‘단지 만화 그리는 것이 좋아서’, ‘만화가가 좋아서’ 그 길을 택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최근 웹툰작가를 꿈꾸는 일부 지망생들을 보면 작가의 겉모습이나 수입 등 작품 외적인 부분을 동경해 진로를 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유명 포털 연재 작가들의 평균 수입이 억대를 넘고 상위권은 연간 수십억 원을 번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간담이 서늘하다.

수십억 대의 연봉을 누리는 작가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기업체 신입사원 초봉 수준이다. 그마저도 어시스던트, 스탭과 나눠 가져야 한다.

물론 다른 분야에 비해 큰 수익을 얻을 기회가 더 열려있고 더 이상 사회적 편견과 장애를 극복해야 할 필요는 없어졌다.

하지만 ‘웹툰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웹툰을 그리는 행위와 과정’을 즐겨야지 ‘젯밥’에 눈이 먼저 가면 버티기 힘들다.

독자들은 1회분의 웹툰을 읽는데 5분이면 충분하나 작가들은 일주일도 모자란다.

보이는 곳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노력과 열정을 봐야 한다. ‘웹툰작가의 길’은 좋아서 하지 않고는 배길 재간이 없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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