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기고] 개인 정보는 보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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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기고] 개인 정보는 보호받아야 한다
  • 충청투데이
  • 승인 2020년 11월 22일 18시 10분
  • 지면게재일 2020년 11월 23일 월요일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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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청주시 도로시설과

바람이 무척 부는 날 빈 박스가 길 위를 굴러다닌다. 아침에 빠르게 배송해 주는 그 업체의 박스인데 송장이 그대로 붙어 있어 누구의 것인지 낱낱이 드러난다. 이 박스의 주인은 자신의 개인 정보가 길바닥을 나뒹굴고 있는 줄 상상이나 할까. 아마도 알았다면 조금의 귀찮음은 무릅쓰고 송장을 떼어냈으리라.

지금은 초등학교라고 불리는 오래전 국민학교 졸업장의 맨 뒷장에는 집 주소와 전화번호가 빠짐없이 쓰여 있었다. 이름을 안다면 전화번호부를 뒤져 주소와 전화번호쯤은 찾을 수 있는, 개인 정보 보호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은 시대였다.

개인 정보란 신체, 종교, 신분, 건강, 연락처 등 정보를 통해 누군가를 특정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말한다. 인터넷이 발달하며 온라인상의 신용 범죄가 늘어나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늘어났다. 개인 정보는 마케팅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업체들이 암암리에 사고팔기도 한다. 맞춤형 광고, 맞춤형 콘텐츠, 맞춤형 쇼핑 정보 등 아무 생각 없이 담거나 클릭했던 나의 취향이 어딘가에 데이터로 쌓여 생각지도 못한 인터넷 페이지에 튀어나올 때는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닌지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 한편 송장이 붙은 채로 버려진 빈 박스를 보고 혼자 사는 여성들을 노린 범죄가 속속 생기기도 했다. 오죽하면 우스갯소리로 SNS상에 혼자 사는 여성들이 택배 주소에 쓰기 좋은 남자 이름 추천이 올라왔을까.

이렇듯 개인 정보는 온·오프라인에서 돈과 범죄의 목적과 대상이 될 수 있다. 대안으로 많은 보안 시스템과 택배를 이용할 때 자신의 번호를 감출 수 있는 안심번호까지 생겼다. 하지만 개인 정보 유출에 관한 범죄는 대체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기에 좀 더 엄격한 법적 기준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 정보보호와 알 권리의 대립 등 무수하게 생길 수 있는 논쟁에 대해 정부와 국회, 그리고 사회의 합의나 법적 보완을 떠나서 우리 스스로도 택배에 붙은 송장, 온라인상의 동의란, SNS상에 사진과 글을 올리기 등 사소한 부분에 아무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흑과 백으로 입장을 딱 나눠서 생각하기 어려운 복잡한 세상에서 결국 제일 처음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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