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년회(忘年會)와 송년회(送年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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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년회(忘年會)와 송년회(送年會)
  • 충청투데이
  • 승인 2020년 12월 08일 18시 03분
  • 지면게재일 2020년 12월 09일 수요일
  •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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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체하는 시기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세상사람 모두가 어려운 한 해였다. 과거 같으면 요즈음 각종 송년모임으로 시끌벅적 할텐데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층 더 강화돼 불안과 초조 속에 2020년 경자년은 소리 없이 어둠속을 향해 가고 있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망년회 또는 송년회라는 말이 수식어가 되어 왔다. 오늘날의 망년회나 송년회는 제석(除夕)이라는 풍습에서 유래된 모임이다. 옛 사람들은 한 해의 마지막 날 섣달그믐을 제석(除夕) 또는 제야(除夜)라고 불렀다. 이는 과거 음력을 기준한 말이지만 세간에는 대부분 양력으로 연말모임을 갖는다.

우리 풍속에 제석(除夕)이란 말은 한 해 동안의 묵은 때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라는 말이다. 제석풍습의 일례를 들어보면 빚이 있는 사람은 해를 넘기지 않고 깨끗이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했다. 현대판의 송년모임은 한 해를 잘 보내자는 의미는 같을지 모르지만 과거 제석에 지녔던 마음가짐과는 사뭇 다르게 보인다.

근래 송년회란 말보다는 망년회(忘年會)라는 말을 많이 표현하는데 우리네의 한해살이가 얼마나 어려웠기에 잊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얼마나 잘못 되었기에 잊고 싶은 것일까? 그러나 잊는다고 해서 과거의 자취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주역’에 '회망(悔亡)'이란 말이 있다. 과거의 자취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진정한 마음으로 반성하고 뉘우친다면 허물을 면(免)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앞으로는 망년회라는 말보다는 송년모임이란 표현이 좋을 것 같다.

몇해 전부터 송년회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에는 술이 사람을 마시던 송년회가 이제는 사람이 술을 마시는 송년회로 사람을 돌보는 송년회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런 건전한 변화와 더불어 옛날 선인들이 제석날에 근신하며 벽사하려 했던 정신을 함께 본 받아야 한다.

그저 연말 모임에서 술잔을 높이 들어 큰소리로 ‘위하여’를 외친다고 꿈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려울수록 한번쯤 자기 자신을 뒤돌아 보며 올해 연말은 외출 모임을 자제하고 조용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자. 그리고 건강한 새해를 맞이하자. 새해 신축년의 복은 내 마음속에 있다.

김찬집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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