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칼럼] 열린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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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열린 마음
  • 충청투데이
  • 승인 2021년 03월 03일 19시 04분
  • 지면게재일 2021년 03월 04일 목요일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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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각 대한건축사협회 대전시회장

엊그제 내린 세찬 비는 뿌연 먼지와 더불어 묵혀있던 추위까지 몰고 가버렸다. 간혹 스쳐가는 차가운 바람만 아니라면 영락없는 봄의 날씨이다. 마스크 너머 신선한 내음을 상상하며 내일의 싱그러움을 기대해 본다.

옛 충남도청 옆 의회건물을 비롯한 부속건축물을 시민을 위한 소통공간으로 조성하던 대전시가 담장철거와 함께 베어진 향나무로 인해 여러모로 입장이 난처하게 된 상황을 보면서 마음 한 켠이 씁쓸하다 못해 아프기까지 하다. 대전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자산 중에 근대건축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나 클 것인데 여전히 현황조사나 보존방안, 매입계획 등 나아진 것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필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근대시대의 대전을 어떻게 보존, 보전해야 할지 다각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의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대전은 재개발·재건축으로 온통 들썩거리고 있고 오랜 기간 정체되었던 시간을 보상하듯 그 속도가 무척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에 곳곳에 널부러지다시피한 근대건축물들의 생사는 발주하는 시행사나 조합의 소명감 있는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발논리로 만들어진 대규모 공공주택의 등장은 곧 마을의 파괴와 삶의 흔적의 소멸을 가져오기에 균형 있는 개발정책과 도시재생의 제안이 필연적이다. 현재의 라이프 스타일과 동떨어진 시설은 개선하고 구불진 골목길과 외형의 정취는 보전하는 등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민과 전문가와 행정가가 폭넓은 대화의 창구에 나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모여 거리낌 없이 의사를 나누고, 도시를 돌아보며 내일을 상상하고, 마을가꾸기를 자랑하고, 서로의 가치를 나누는 그런 공간이 적극적으로 펼쳐져야 한다. 진정한 민간 거버넌스는 이러한 공간에서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지난 2019년 행정안전부에서 지차체를 대상으로 공모한 사업에 당선된 것이 '지역거점별 소통협력 공간 조성'사업이고 그 대상지가 옛 충남도청 내 우체국 등 부속건물 등이다. 지역거점별 소통협력 공간이란 지역 문제 해결에 주민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복합플랫폼 구축을 골자로 하는 사업이다.

보다 자유로운 공간의 이용을 위해 오랜기간 막혀있던 담장을 철거하고 시민들이 북적이고 머물 수 있는 그런 공간을 구상하여 유럽의 여느 광장이나 마당처럼 버스킹을 들으며 함께 즐기기도 하고, 커피 한잔에 녹음 속 여유를 느끼기도 하며 함께 채워가며 만들어가는 그런 공간을 계획했을 것이다. 열린 공간이 주는 자유로움을 도심 한가운데의 정체성이 강한 공간에서 과감하게 제시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

현재의 불거진 문제를 되돌리기 위해 또다시 담을 쌓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지는 않는지 염려된다. 비록 행정의 미숙함은 있었을지라도 하고자했던 사업의 근본적인 취지는 살렸으면 한다. 열린 도청건물을 향한 시민들의 자유로움을 막지 말자. 열린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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