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거친 바다로 나가 항해를 하는 것이 배의 존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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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거친 바다로 나가 항해를 하는 것이 배의 존재 이유
  • 충청투데이
  • 승인 2021년 03월 30일 18시 55분
  • 지면게재일 2021년 03월 31일 수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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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수 서원대학교 교수(직업학박사)

브라운(Brown)은 "직업의 안정성(Job Stability)이란 이유 없이 해고될 위협이 낮으며, 현재 고용주와의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는 직원들의 기대를 의미한다"고 한다. IMF 이후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있으며 노동 시장의 유연화로 인해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등 직업 안정성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근로자가 언제든지 직업을 잃을 수 있고 주기적 실직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더욱더 강화될 것이며 대부분의 사람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학생들의 함성과 웃음이 가득 차 있어야 할 캠퍼스에는 아직도 그 주인공의 그림자를 보기 어렵다. 불안한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보면서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중장년이 가지고 있는 고민의 주제는 닮아있음을 알 수 있다.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말은 사회에 처음으로 입직하고자 하는 청년에게서도 또한 다시 재취업을 고민하는 중장년에게서도 가장 빈번하게 듣는 말 중 하나이다.

직업적 소명의식에 근거하기도 하고 직업이 가지는 조건에 의해서 선택하기도 하고 그저 가까이 있는 가족이나 지인의 영향을 받아 결정하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다른 어떠한 요인들보다 가장 강력한 동기가 바로 직업적 안정성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16년 조사에서는 신분보장을 이유로 공무원을 선택한 비중이 41.1%로 나타났다. 또한 조규형·정철영(2016)의 연구에서도 국가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려고 준비하는 이들에게 직업 안정성이 중요한 선택기준임을 밝혔다.

인터넷에서 본 ‘당신의 이직을 지원합니다’의 저자 앨리스 전(Alice Jeon)의 사례는 현재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하나의 해답을 준다. 앨리스 전은 대학을 졸업하고 4년간 3개의 직업을 가졌으며 서로 다른 산업에 속한 3개의 회사에서 4개의 직무를 경험했다고 한다.

"진정한 직업의 안정성은 내 이 한 몸뚱이에서 나와야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내 몸뚱이에서 오는 직업의 안정성이 보장되는 데는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하나는 내가 충분히 배우고 있고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역설적이지만 위험을 감수할 때 생긴다는 것입니다" "파도가 거칠게 몰아치는 해변에서 매번 밀려오는 파도를 온몸에 맞고 서 있느니 좀 더 먼 바다로 나아가서 신나게 변화의 파도를 타는 것이 재미와 안정을 동시에 잡는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에서 단 한 번이라도 위험이 있는 선택을 하고, 그걸 이루어 낸다면 그 사람의 삶은 그 이전과 다른 삶이 됩니다"

직업의 안정성은 한 직장에서 정년까지 오래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잘 될 확률을 찾아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경력직 채용은 과거에 회사에서 하고 있는 직무를 경험했느냐를 기준으로 선발하지만 앞으로 기업들은 해 보지 않은 분야에서 그 분야를 선도할 인재를 뽑을 것이다.

거세게 불어 닥치는 파도를 온 몸으로 막아 낼 수 있는 맷집을 길러야 할 것이다. 이제는 평생직장, 평생직업 개념의 기존 일자리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 시대이며 일의 의미와 형태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시대이다.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들이여 직업의 안정성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말자.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은 막연하게 기대하고 생각하는 직업 안정성은 저해 할 수 있지만 진로 전체의 안정성을 높이게 된다.

배가 항구에만 정박해 있다면 배로서 존재 의미를 상실한다. 거친 바다로 나가 항해를 하는 것이 바로 배의 존재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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