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일기]김혜정씨, 21세기의 첫날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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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일기]김혜정씨, 21세기의 첫날밤
  • 대전매일
  • 승인 2000년 01월 06일 00시 00분
  • 지면게재일 2000년 01월 06일 목요일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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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일기 김혜정, 21세기의 첫날밤

온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밀레니엄의 불안은 2000년 새해며칠을 보낸 지금 큰 무리없이 조용히 지나가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병원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밤샘을 하며 대기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평온하다.무엇보다 환자의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귀중한 생명과 관계하는 간호사라는 사명의식 때문인가보다. 21세기 첫날밤을 나환자들이 생활하는 성 나자로 마을에서 보내고 돌아왔다. 평균연령 70세, 102명의 나환자들이 생활하는 그곳을 찾은 이유는 좀 더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생각해야겠다는 마음에서였다.

10여년 넘게 병원에서 환자와 함께 하면서 의료지식, 그간의 경험, 나만의 간호기술 노하우(?)는 어느정도 생겼다고 느겼을 때 어느날 갑자기 타성에 젖어 간호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섬뜩 놀라서 난 어쩔줄을 몰랐다.누구에게나 사람은 자기만의 고민과 고충이 있겠지만 나보다 더한 이웃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부족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바를 주고싶다.

그럼으로써 병원근무 중 특히 상태가 가장 중한 중환자실 근무를 하고 있으면서 좀더 마음으로 함께하는 간호의 진심어린 손길이 잘 전달될 수 있겠지. 오늘도 인공호흡기를 하고 있는 이름도 없는 미상환자를 간호하면서 아무도 찾아와 주는 보호자도 없이 병마와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볼 때 나는 친보호자라고 생각하고 나의 손길이 그쪽으로 자꾸 향하게 되었다.

그러기에 나보다 어려운 이웃에 눈길이 더 쏠리고 가슴아파 하면서 유난히 한번 더 보게되는 나 자신을 볼 때 나도 모르게 인간애를 느낀다. 올 한해 나의 간호 손길이 닿는 환자환자마다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 겠다. 그래서 그들이 사회에 나가 가진바를 재활용하여 타인에게 베풀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 21세기의 하루하루여, 나와함께 최선을 다하는 나의 것이 되자꾸나! <충남대병원 소아중환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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