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일기]징크스와 수호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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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일기]징크스와 수호천사
  • 대전매일
  • 승인 2000년 01월 13일 00시 00분
  • 지면게재일 2000년 01월 13일 목요일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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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일기]징크스와 수호천사

추운 겨울에 동장군이 기승이라도 부리듯 아직 어두컴컴한 아침 출근길이 매섭지만 제철을 만난 듯하다. 모처럼 내가 세상에 빛을 처음본 귀빠진 날, 그것도 휴일날의 근무가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든다. 매년초 그랬듯이 이상하게 생일날에 내가 맡은 환자의 임종을 보게되는 징크스가 나를 따라다녔지만 오늘은 웬지 수호천사가 함께 할 것 같다.

 16살의 그에는 발육부진으로 유치원생만한 몸체에 입안에 호스를 끼고 인공호흡기를 하고 있었다. 처음엔 내심 놀랐지만 그애의 해맑은 얼굴과 엄마의 헌신적인 간호를 보며 금방 친근감이 앞섰다. 뼈만 앙상한 손가락으로「침」이라고 쓰면서 입안의 침을 빼달라고 표시하는가 하면 눈, 고개, 입모양으로 대화를 했다.

다행히 혈관은 잘 유지되어 금식이었지만 부족한 영양분은 수액으로 보충 하였고 의료기기에 의지하며 지쳐 자기도하고 어느틈엔가는 바삐 돌아 다니는 나의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였다. 어느새 그애와 나는 서로 친해져 언니가 되고 엄마, 친구가 되어 있었다.

스스로 무척 힘들텐데 얼굴은 편안하고 맑은 모습에 기특하기도 하고 나의 가슴을 아프게도 하였다. 오후 교대시간이 되어 새로운 동료 간호사가 왔을때는 이미 우리는 서로 웃으며 의사소통이 원만하게 이루어져 병원을 나서는 나의 발걸음이 아쉬움을 더했지만 내일을 약속했다. 하루의 일과가 보람과 함께 기분좋게 끝난 날, 집에 가면 엄마께 졸라야겠다.

『엄마!징크스가 수호천사에게 밀렸어요. 맛있는 미역국 먹고 싶어요!』 <충남대병원 소아중환자실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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