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들이 전하는 노르웨이 총격 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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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들이 전하는 노르웨이 총격 참상
  • 연합뉴스
  • 승인 2011년 07월 23일 17시 38분
  • 지면게재일 2011년 07월 23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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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복장으로 속인 후 무차별 학살"…"쓰러진 사람들 확인사살"
인근 주민 "희생자 대부분 14~19세"…오슬로에 군병력 배치

연쇄 테러로 10대 청소년 다수를 포함 최소 91명이 희생된 노르웨이 현지는 사건의 참상이 속속 전해지면서 엄청난 충격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최소한 84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우토야 섬 청소년 정치캠프 총격사건 생존자들이 전하는 참혹한 당시 상황은 '학살' 현장에 다름 없었다.

◇생존자들이 전하는 우토야섬 총격 당시 현장 = 목격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테러범은 현지시간으로 22일 오후 3시26분쯤 총격을 시작했으며 경찰복장을 이용해 희생자들을 불러모은 후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이름을 엘리세라고만 밝힌 15세 생존자에 따르면 일행이 건물 안에서 오슬로 폭탄공격 소식에 대해 얘기하던 중 총성이 들려 밖으로 나가자 경찰관 차림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사람들을 소리쳐 불러모은 후 총격을 시작했다.

또 다른 생존자도 경찰복장의 젊은 남성이 '모두 가까이 오라'고 한 후 가방에서 자동소총을 꺼내 공격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깜짝 놀란 사람들은 죽은 척하며 엎드려 있었지만 테러범은 엽총으로 바꿔 쓰러진 사람들의 머리에 다시 총을 쐈다고 이 목격자는 증언했다.

총격 시작 후 섬 전체는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사람들은 물속으로 뛰어들어 500m가량 떨어진 육지나 섬의 다른 쪽을 향해 필사적으로 헤엄쳐 탈출을 시도하거나 일부는 언덕 혹은 바위에 몸을 숨겼다.

범인은 물에 뛰어들어 헤엄쳐 달아나는 사람들을 향해서도 총격을 가했다.

호수 주위에 사는 한 주민은 "50여명이 육지로 헤엄쳐오는 모습을 봤다"며 "모두들 공포에 질려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일부가 미처 육지에 닿지 못하고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호수 주변 수색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섬 안에 있는 학교건물에 숨어 있던 이들도 목숨을 건졌다.

◇희생자 왜 많았나 = 사건 당일 집권 노동당의 청소년 정치캠프에는 다음날로 예정된 옌스 스톨텐베르그 총리의 연설을 앞두고 많은 참가자가 모여 있었다.

당시 섬에는 10~20대 수백명이 있었고 테러범이 경찰복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캠프 참가자들은 대체로 14~19세의 어린 청소년들이었다. 참가자들도 총격 전 오슬로에서 발생한 테러 소식을 들었지만 경찰복장을 한 테러범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 남자는 심지어 오슬로 폭탄공격 때문에 행사 안전을 돕기 위해 배치됐다고 말했다고 또 다른 목격자가 전했다.

그는 사람들을 가까이로 불러모은 후 총격을 가해 달아날 틈도 주지 않는 등 주도면밀하고 침착하게 무방비 상태의 청소년들을 공격했다.

헤엄쳐 섬을 탈출한 한 소녀는 "그는 너무나 침착했어요, 기괴할 정도로요"라며 "확신에 찬 태도로 천천히 섬을 이동하면서 사람들이 보이는 족족 총을 쐈다"고 현지 방송 TV2에 말했다.

◇오슬로에 군병력 투입 = 수도 오슬로는 연쇄 테러의 참상으로 충격에 빠진 동시에 또 다른 공격이 발생하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도시로 평화의 상징과도 같은 도시인 오슬로는 폭발 직후 오슬로 정부청사 부근은 먼지와 연기가 자욱해 9.11 테러 직후 뉴욕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고 한 목격자가 전했다.

강력한 폭발로 총리실이 있는 20층짜리 정부청사의 유리창이 모두 부서져 내렸으며 재무부와 석유부 건물 일부도 부서졌다.

거리 곳곳에는 깨진 유리창 조각과 휘어진 철근, 콘크리트 파편이 흩어져 있다.

오슬로 중심부는 경찰의 소개령이 내려졌으며, 도심 주요 지점에는 군 병력이 배치됐다.

스톨텐베르그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 어린 시절의 낙원 우토야가 지옥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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