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작별을 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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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작별을 고할 때다
  • 충청투데이
  • 승인 2014년 12월 02일 20시 10분
  • 지면게재일 2014년 12월 03일 수요일
  •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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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경 다누리콜대전센터장
12월이니 이제는 한해를 돌아보고 심기일전하며 보낼 준비를 해야할 때다. 어제는 첫눈이 내렸다. 첫눈에 관한 추억과 낭만적 기대와는 다르게 겨울의 차가움을 예고하는 듯 바람 속에 휘몰아치면서 내려왔다.

이렇듯 우리는 기대와 다른 현실을 접할 때 당혹해 하기도 하지만 적절한 대비를 준비하는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며칠전 남편의 폭언과 폭력을 피해 4살 아이를 데리고 상담온 결혼이주여성의 막막함 가득한 눈망울이 지금도 가슴 무겁게 누르고 있다.

그녀가 상담받는 동안 아이는 공포와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웅크린 채 미동도 없이 있었다. 담당상담원이 그 아이를 가슴에 안고 토닥여 주면서 떨고 있는 아이의 아픔이 느껴져 마음 아팠다고 했다. 그런데 아이가 아빠 목소리를 듣는 순간 소스라치듯 놀라며 바들바들 떠는 모습에 아이의 깊은 상처와 공포가 얼마나 큰 것인지 충격적이었다는 상담원의 사례보고에 우리 모두 할 말을 잊은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이주여성도 남편의 폭력을 피해 어린 딸을 데리고 센터로 찾아왔다. 일을 하지 않으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술에 절어있는 남편을 대신하며 한달 수입의 2/3를 남편에게 주고 나머지로 어려운 친정도 도우면서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삶의 고단함을 토로하는 동안 어린 딸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을 가득 담은 눈망울로 행여 소리날까 겁내 듯,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숨죽여 눈물 흘리는 그 아이, 이제 다섯 살이란다. 아이의 어린이집 원장은 그래도 처음보다 많이 나아진 상태라고 했다.

원생들 중 가정폭력에 노출된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들은 발달상황이 상대적으로 느리고 그늘진 아이들이 많다며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나와 다름'의 갈등해결을 신체적, 정신적 폭력으로 누르는 것은 당장은 가장 손쉬운 수단일 수 있으나 결국 더 깊은 상처와 고통을 양산할 뿐이다. 특히 어린자녀에게 평생 지우기 힘든 깊은 상처로 남게되고 그 인생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폭력으로 심신이 피폐해진 아픈 그대여! 그대의 꿈과 기대가 고통의 현실에서 길을 잃고 허우적 대는가? 그 고통과 시련을 그대를 강하게 단련하는 기회로 바꾸도록 손잡고 함께 가자. 이제는 진정으로 폭력의 야만성에 작별을 고하자. 그리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마저 박탈당하는 피해자들, 그리고 폭력의 현장에서 꼼짝없이 목격하거나 당하는 어린 자녀들의 잃어버린 웃음과 꿈을 되찾아 키워 주어야 할 우리의 책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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