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상태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 충청투데이
  • 승인 2015년 09월 15일 19시 08분
  • 지면게재일 2015년 09월 16일 수요일
  • 20면
  • 지면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낱말속 사연]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예로부터 추석하면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말이 무엇일까. 송편, 성묘, 차례, 민족의 대이동 등등 많다. 많고 많음 중에 으뜸은 단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란 속담이 아닐까. 우리말이니 부연설명이 필요 없다. 가윗날(추석)처럼 잘 먹고 잘 놀고 잘 입고만 싶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말이다. 아주 좋은 덕담 같기도 하다.

이 속담은 조선 선조 때 한양의 세시풍속 80여종을 월별로 구분해 해당 절후와 그에 따른 풍속을 설명한 김매순의 ‘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에 처음 기록되어 전해진다. 이 책의 '음력 8월 중추(中秋)' 편에 보면, "가위란 명칭은 신라에서 비롯됐다. 이 달에는 만물이 다 성숙하고 중추는 또한 가절이라 함으로 민간에서는 이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아무리 가난한 벽촌의 집안에서도 예에 따라 모두 쌀로 술을 빚고 닭을 잡아 찬도 만들며, 또 온갖 과일을 풍성하게 차려놓는다. 그래서 말하기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 같아라(加也勿減夜勿 但願長似嘉俳日)'라고 한다."

가을은 풍요의 계절이다. 농부의 땀이 흥건히 밴 곡식들이 영글어 풍성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곡식을 수확해 일 년 나기를 준비해야 한다. 추석은 풍성한 곡식을 안겨준 조상과 토지 신에게 감사함을 표시하는 날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뭔가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한가위는 풍성하지만 나머지 날들은 무척이나 궁핍함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평소에 얼마나 어렵게 살았으면 추석만큼이라도 실컷 먹고 놀고 입자고 했겠는가. 당시 삶이 녹록치 않았음이 눈에 훤하다. 어찌 보면 '원님 덕분에 나발 좀 불어보자'는 심산이다. 조상과 토지 신을 위해 푸짐한 차례 상을 차린다 해도 그들이 올 리 없다. 차례 상을 핑계로 곳간을 비우거나 땡빚을 내서라도 풍성하게 차려 단 하루만이라도 때려 먹자는 무대뽀 심보가 숨어있다.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말이다.
빠른 검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