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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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하다
  • 충청투데이
  • 승인 2016년 01월 05일 20시 40분
  • 지면게재일 2016년 01월 06일 수요일
  •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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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낱말속 사연]
창피하다. '체면이 깎이는 일이나 아니꼬운 일을 당해 부끄럽다’란 뜻이다. "남편이 술만 마시면 집 앞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 동네 창피해 죽겠고, 아들은 툭하면 학교에서 사고뭉치여서 너무 창피하다" '남부끄럽다, 남세스럽다'와 같은 말이다. 순수 우리 말 같다. 하지만 한자어다.

미처 날뛸 창(猖)과 헤칠 피(披). '창(猖)'은 '옷을 입고 허리띠를 매지 않은 모양'을, '피(披)'는 '옷을 열어 헤친 모양'이다. 옷고름이나 치마끈, 허리띠가 죄어 매지 않거나 풀어져 있어 알몸이 보이거나 속옷이 보이는 상태다. 얼마나 민망하고 꼴불견이겠는가. 상대방 역시 시선 처리가 부자유스럽고 불편하다. 동방예의지국 우리나라에서 이런 옷매무새는 가당찮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아니 부끄러움을 넘어서 건방지고 무례하기까지 하다.

여하튼 체면이 깎여 부끄러운 행동을 옷 입는 것에서 찾았던 것은 우리 조상들이 삶의 3대 요소인 의식주에서 의(衣), 즉 옷 입는 것을 가장 중요시 여긴데다 실속보다 체면을 중시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 옷은 외적 위협이나 수치심에서 해방돼 아름다움과 인물 평가를 위한 최적화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상이 창피로 뒤범벅이다. 쪽팔린 줄도 모른 채 안하무인(眼下無人)이다. 철면피(鐵面皮)의 인간들이 많다는 얘기다. 철로 만든 것처럼 두꺼운 낯가죽으로 염치없고 뻔뻔스러운 사람이 늘고 있는 현실이 서글프다. 옷고름과 허리띠가 제멋대로 풀려 있는 상태다. 더 큰 문제는 풀어지고 느슨해진 옷고름과 허리띠가 그럴싸한 겉옷으로 감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창피를 느끼지 못한다. 옷고름과 허리띠가 제대로 맨 사람들이 그립다. 뒤죽박죽이 아닌 질서정연하고 모두가 떳떳하고 창피를 느끼지 않는 사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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