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시인들] 광신도… 네 문제는 뇌 문제다

문인수 기자

2020-02-24     문인수 기자

언젠가 외부 모임에서 명함을 주고받는데 상대(연장자)의 이메일 주소가 익숙했다. 명함 영문 아이디는 명성이 망가진 왕년의 톱스타 이름이었다. '그 나이에 아직도' 살짝 놀랬다. 명함 장본인이 사춘기 시절 자신의 회사에 입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의 전화번호를 저장한 이후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본 순간 벌떡 놀랬다. '프사'의 주인공은 왕년의 톱스타였다.

다시 그의 명함을 꺼내보며 영문 아이디 뒤에 따라붙는 숫자는 아마 톱스타의 생일일 것이라고 별의별 추측을 하다 관뒀다. 제 눈에 안경이다. 극성맞게 연예인 좋아한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그의 지고지순한 추억을 짓밟고 싶지 않았다. 그 정도는 애교로 눈감아 준다.

입은 한쪽인데 눈은 두 쪽이고 귀도 양쪽이다. 균형을 잡지 못하고 생각의 근육을 단련하지 않으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한다. 정보의 홍수 시대 우리는 가짜를 진짜로 착각하고 일부 사실만을 전체의 진실인 양 받아들인다. 내세와 현세에 절대 이뤄지지 않을 '판타지'가 뇌에 주입되면 광신도 무리가 출연한다.


사실 광신도는 사이비종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물이 '우상'이 되어버린 정치계와 연예계에는 유독 팬이 '빠'로 돌연변이 된다. 특정 대상에게 환장하는 다수는 저마다 사연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삼자가 보기에는 별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냥 착해 보여서, 그냥 좋아 보여서 같다. 우상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상처 날까 봐 비판은 아예 꿈도 꿀 수 없고 '비판적 지지'라는 것도 망각하는 듯하다.

제발 환상 속의 문을 박차고 제 발로 나오자. 내 귀에 듣기 좋은 소리만 골라 듣고, 내 눈에 보고 싶은 것만 골라 보는 건 아닌가. 뇌의 회로도가 꼬인 것이다. 깊이 사고하지 않고 마음의 문을 열면 진짜 사고 난다. 애정은 점점 애욕으로 발전하다 비극으로 얼룩진다.

사이비는 '프로'처럼 위장하여 우상 행세를 한다. 어린양들은 우상의 '포로'로 전락한 줄도 모른다. 맹종은 전염병 같은 바이러스다. 자기 집단만을 위하여 집단 밖에 피해를 주면서까지 달나라, 별나라, 신세계가 열리길 바란다. 대체 무엇을 얻고 싶은가. 이성이 마비된 사회에서 정신을 차리라는 말은 공염불인가. 이 사태가 잠재워지도록 어디 한번 '우상'에게 절해보고 빌어보라. 밥은 먹고 다니나. 네 문제는 뇌 문제다. 마스크는 쓰고 다니는가. 

문인수 기자 mooni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