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시인들] 의문의 1패

문인수 기자

2020-03-30     문인수 기자

▶두 장에 1만 원 조금 넘는 에어리즘 '빤스' 사 입었다고 매국노도 토착왜구도 아니었다. 최근 공직자 재산이 공개됐다. 친일 척결에 앞장선 전 청와대 비서관은 1억 원 넘는 일본 고급차 렉서스를 굴리고 있었다. (제네시스 의문의 1패) …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걷고 뛰고 흔들리는 버스에 올라탄 학창 시절 등하굣길은 지루하지 않았다. 당시 최고 인기 휴대용 재생기는 일본 전자회사 제품으로, 교복 주머니에 넣고 뛰어다녀도 음이 튀지 않았다. 산업의 판이 바뀌고 어느덧 골동품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만 놓고 보면 이제 일제는 설 자리가 없다. 반일을 넘어 '극일'의 결과다. 이러면 '일본에 지지 않겠습니다'는 유효한 구호다. '죽창가'만을 따라 부르면 호구된다.

▶법이 못박자 밥은 잠겼다. 강단의 '먹물'이 정치평론가 행세를 하면 세상에 '먹구름'이 낀다. 기왕에 '임금님' 대신 '어머님'으로 해보지 그랬나. 고급 일자리는 희소하다. 임금 지급에 관한 권한이 없는 국가가 시장을 무시하고 대중의 환심을 사려다, 최저시급 언저리 일자리마저 희소해졌다. 국민의 절반 이상은 중산층을 자처하는 현실 속에서, 1대99 양극화를 국가가 책임지라고 주장한 어느 대학교수의 연봉은 1억 원이 넘는다. 저런 사람이 정치인 되면 국민을 만년 서민 취급한다. 방글라데시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의 아동노동을 줄기차게 비판한 국제적인 언어학자는 수영장이 딸린 고급저택에 살고 있다. 현지 하청 공장이 철수하자 해고당한 방글라데시 소녀 노동자들은 저임금보다 못한 푼돈에 성을 착취당했다. 성매매로 내몰린 소녀들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이상적인 말은 달콤하고 뒷맛은 쓰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됐다.


▶깜깜한 이 시대 빛은 죽었을까? 빛에 대한 사람들의 눈이 죽은 게 분명하다. 세상을 어둡다 탓만 하겠나. 빛을 마음에 둔 사람은 무법천지에서도 양심대로 행한다. 내면의 빛은 희미한 울림이어서 종종 무시당한다. 빛을 잃은 사람은 ‘가면’을 빛낸다. 공동체가 빛을 외면하고 어둠을 택한 열매를 구성원들이 받아먹는다. 악마는 때론 광명한 천사로 위장한다.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어둠 속의 일이 세상에 알려졌다. 공범 내지 추종자들이 다수라는 것과 피해자 다수가 미성년자라는 사실은 심각하다. 수상한 음지의 '유저'는 뭘 그렇게 감추고 싶은 걸까. 기밀작전 수행하는 대단한 '요원' 나셨다. 카톡의 보안 기능을 뛰어넘는다는 텔레그램은 암호화폐와 결합해 추해졌다. 사람은 살고 죽는 때를 알 수 없고, 옳고 그른 것은 알 수 있다. 본명을 숨기고, 면상을 숨겨도 헛수고다. 낮의 해가 지켜보고, 밤의 달과 별이 목격했다. 지하의 악마들은 박수를 보냈지만, 천하의 의인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문인수 기자 mooni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