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속사연] 데이트 폭력과 가스라이팅
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2020-10-27 충청투데이
데이트 폭력(dating abuse). '남녀가 이성 교제 중 벌어지는 폭력'을 말한다. 이는 신체적 상해, 몸짓이나 언어를 통한 정신적 압박과 위협 등을 포함한다. 가벼운 손찌검이나 물건 던지기부터 구타, 폭행, 성폭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둘만의 문제로 돌려 그냥 넘어가는 일이 많다. 가해자·피해자 모두 일종의 사랑싸움으로 치부해 폭력을 문제시하지 않거나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해자는 데이트 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의 탓으로 돌려 폭력을 정당화함은 물론 피해자 역시 자신의 탓으로 생각하고 폭력을 문제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 데이트 폭력이 즉각 공개되지 못하는 데는 사랑싸움 이전에 아주 교묘한 심리조작이 있기 때문이다.
데이트 폭력은 권력 관계에서 우위를 점한 자가 상대방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물리적, 비물리적 행위다. 하지만 가스등 효과(gaslight effect) 때문에 상대방은 자신이 당하는 피해를 부지불식간에 정당화한다. '맞아. 내가 잘못이야. 이런 피해를 봐도 싸지’라고 말이다. 데이트 폭력은 수면 아래 지속하다 보면, 자칫 가학성(sadism)과 피학성(masochism)으로 굳어져 겉잡지 못하는 파국으로 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