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농사짓게요?" 충청권 국회의원 14명 본인·가족 명의 농지 보유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아야’

2021-03-31     이심건 기자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제21대 충청권 국회의원 28명 중 절반인 14명이 본인 또는 가족이 농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의원의 농지 보유가 불법은 아니지만 직접 농사를 짓기 힘든 의원이 대규모 농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꾸준히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사태와 관련, 더 이상 농지가 불법 투기판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31일 충청투데이가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의 '2021년 정기재산변동신고' 내역을 분석한 결과, 충청권 28명 국회의원 중 본인 또는 가족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는 14명(50%)에 달했다. 둘 중 한 명은 농지를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소유자별로 살펴보면 의원 본인이 직접 농지를 보유한 경우는 모두 7명으로 전체 중 25%를 기록했다. 배우자가 농지를 보유한 경우도 7명으로 집계됐고, 부모가 농지를 보유한 경우는 2명으로 나타났다. 14명의 국회의원이 본인 또는 가족 명의로 소유한 농지의 현재가액은 약 20억원이었다. 의원 개인별로 보면 A의원은 배우자 명의로 약 3만 5000㎡를 보유해 가장 많은 농지를 보유한 의원으로 기록됐다. 통상 축구장 1개 면적을 7140㎡로 계산했을 때 축구장 약 5개 면적에 달한다. 농지 가액만 7억 9000여만원이었다. B의원은 약 2만 500㎡의 농지를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가지고 있다고 신고했다. 총 농지 가액은 7억원 상당에 달했다. 국회의원의 농지 보유가 모두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직접 농사를 짓기 힘든 국회의원이 대규모 농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꾸준히 비판이 제기돼왔다.

현행법에 따르면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농지일 경우에는 농사를 직접 짓지 않더라도 1만㎡ 이하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또 8년 이상 영농 경력이 있는 경우에는 농업 의무를 면제받는다. 다만 상속받지 않은 경우에는 현행법상 소유자가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경우 1년 이내에 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가 본회의를 통해 농지 소유자에게 농업 경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농지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상황은 바뀔 전망이다. 여야는 지난 24일 본회의에 상정된 '농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재석 216석, 찬성 210표, 반대 1표, 기권 5표로 가결했다. 개정안은 비농업인이 상속 등의 사유로 농지를 소유할 경우 이를 농업 경영에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LH 임직원의 부동산 투기 사태로 농지 소유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지며 여당이 내놓은 대책의 일환이다. 개정안에도 불구하고 농지 취득에 대한 규제나 자격이 더 명확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재호 목원대 교수는 "농지는 상대적으로 저렴해 용도를 다르게 지정하면 부동산 개발에 있어서는 굉장히 유리한 환경"이라며 "정부가 새로운 개발들을 하거나 지목이나 용도의 변경으로 인해 큰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농지 취득에 규제나 자격이 명확히 될 필요성이 있고 제도적으로 보완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