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는 반갑고 가벼움은 아쉬운…EBS '까칠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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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는 반갑고 가벼움은 아쉬운…EBS '까칠남녀'
  • 연합뉴스
  • 승인 2017년 05월 07일 11시 29분
  • 지면게재일 2017년 05월 07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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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여성 차별 더 많은 것이 현실…전문가 초청해 무게감 더할 것"
EBS 1TV '까칠남녀'는 지금껏 TV 프로그램에서 시원하게 말하지 못했던 다양한 성차별 주제를 꺼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내용을 보면 사실상 '까칠한 여자들'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주로 여성에 대한 사회의 각종 편견과 차별을 꼬집는 방식 때문이다.

또 토크쇼임을 고려하더라도 무게감이 다소 결여된 부분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분명히 신선한 시도인 만큼 보완을 바라는 시청자들의 애정 어린 지적도 이어진다.

'까칠남녀'가 방송되자마자 일부에서는 프로그램이 주로 여성의 입장만 대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패널 성비는 3대 3으로 물리적 균형을 이루지만, 방송인 정영진을 제외하면 적극적으로 남성의 시각을 대변하는 패널이 없는 탓이다. 그나마 정영진의 역할도 한 마디 꺼냈다가 여성들에게 열 마디 비판을 듣는 데 그친다.

현재 6회까지 방송된 주제들을 봐도 제모 문제부터 피임, 시선 폭력, 여성 혐오 현상까지 주로 여성이 겪는 편견과 차별에 대한 것들이다.

주제의 쏠림 현상에 대해 제작진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 더 많은 사회적 구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남성들이 겪는 차별도 있지만 그것을 '차별'이 아닌 '역차별'로 부르는 것만 봐도 이야깃거리에서부터 남성들이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까칠한 여자들'이라고 제목을 달아 방송했으면 시청자 폭이 확 줄어들었을 것이다.

'까칠남녀'를 연출한 김민지 PD는 7일 "여성의 고충을 들어야 할 대상은 결국 남성이기 때문에 제목과 패널 수 등에서 균형을 맞추고 시작했다"며 "시즌1이 총 22회인 만큼 시청자가 보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수렴해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까칠남녀'는 사석에서만 얘기하던 부끄럽거나 민감한 주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까지는 일단 성공했다.

첫 회 주제를 '제모'로 한 것만 봐도 제작진의 고민이 느껴진다. "왜 여자만 겨드랑이털을 밀어야 하느냐"는 질문은 부끄럽기는 해도 첨예한 대립을 부르는 이슈는 아니다. 시청자의 흥미를 끌면서도 불편하게 하지 않는 주제였다.

'피임전쟁' 편에서 콘돔이 가장 편리한 피임도구임을 이해시키기 위해 페미돔(여성형 콘돔)의 실물을 보여준 것도 시청자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3회를 넘기면서 여성혐오 현상 같은 무게감 있는 주제를 다룰 때조차 패널들이 각자 사례와 입장만 늘어놓은 점은 아쉽다는 평을 받았다.

한 블로거는 "여성 패널들이 남녀차별의 근거로 남녀 직장인의 급여가 약 40% 차이 난다는 점을 들었지만, 이 문제가 본질적으로 결혼과 출산, 육아와 연결돼있다는 점은 짚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청자도 "남녀 데이트 비용 분담 문제를 다룰 때 여성의 시각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여성이 원하지 않아도 스스로 더 내려는 남성의 심리도 다뤘다면 알찼을 것"이라며 "실제 제작진이 촬영한 몰래카메라에서 그런 남성들이 있지 않았냐"는 의견을 냈다.

일단 화제성을 갖춘 '까칠남녀'의 차기 과제는 재미와 의미를 어떤 비율로 배합하느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패널에는 연예인도 있지만 전문지식을 갖춘 평론가도 있다. 지금까지는 평론가들이 연예인들과 별 차별성을 보이지 못했지만, 역할 분담만 좀 해도 훨씬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 PD는 "그런 지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앞으로 군대나 동성애, 강간 등 더 진중한 주제들이 남아있는데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범죄심리학자나 의학 전문의 등을 비고정 게스트로 초대할 계획이다. 고정 평론가들의 역할도 부각하겠다"고 밝혔다.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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