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추리의 여왕', 로코와 아줌마 사이 고리 돼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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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추리의 여왕', 로코와 아줌마 사이 고리 돼준 작품"
  • 연합뉴스
  • 승인 2017년 06월 02일 08시 20분
  • 지면게재일 2017년 06월 02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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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극복한 후 봉사에 관심…남 도우려면 더 좋은 배우 돼야죠"
"설옥이가 아이까지 있는 '진짜 아줌마'였다면 이 정도의 관심을 못 받았을 거예요. 형식적으로는 아줌마이지만 젊은 층까지 아우를 수 있는 캐릭터여서 더 좋았어요. 저도 언제까지 연하의 남배우와 로코(로맨틱코미디)만 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렇다고 바로 아줌마 역할을 할 수도 없는 시점에서 설옥이가 중간고리가 돼줬죠."

최근 종영한 KBS 2TV 수목극 '추리의 여왕'에서 아줌마 탐정 유설옥으로 변신했던 배우 최강희(40)는 중년에 접어든 여배우로서 이 작품을 만난 것이 행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동안'으로 워낙 유명한 최강희라 종종 잊곤 하지만 그는 1995년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해 24편의 드라마와 12편의 영화를 소화한 연기 23년 차의 배우다. 늘 밝고 젊을 줄만 알았던 그는 요즘 자신의 과제와 미래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1일 서울 논현동에서 만난 최강희는 "물처럼 똑같은 역할만 할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 내가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의 폭이 확 줄어든 것이 보였다"며 "그 순간에 만난 '추리의 여왕'이 제 인생에서 다시 씨를 심을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열매를 맺지 못하고, 새로운 씨도 없는 상황에서 설옥을 만나 '경계'를 깼어요. 완승(권상우 분)이 내내 불러준 '아줌마'라는 호칭이 제게는 안전장치가 됐죠. 남편과 시댁이 있는 설정 덕분에 '나잇값 못한다', '귀여운 척한다'는 얘기 들을까봐 눈치 볼 필요 없이 최강희인 채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으니까요. 전 참 복이 많아요."

설옥의 캐릭터가 그랬듯 드라마 장르 자체도 경계를 넘나들었다.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간 수사극이었지만 코미디가 적절히 배합된 덕분에 적절한 시점마다 무게를 덜고 경쾌함을 유지했다.

최강희도 "많은 드라마 캐릭터가 처음에는 밝은 성격으로 시작해 사건이 터지면서 한없이 진지해지는데, 설옥은 밝게 치고 빠지는 조절이 잘 된 덕분에 저도 중심을 잡기가 좋았다"고 공감했다.

그는 '열려도 너무 열린 결말'에 대해서는 "아예 명쾌하게 끝낼 것이 아니라면 결말이 그렇게 중요한가. 드라마라는 게 결국 가상의 삶 중에 일부를 잘라낸 것 아니냐. 어느 지점에서 가위질하느냐의 문제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즌2를 한다면 당연히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강희는 '신화'(2001) 이후 16년 만에 재회한 파트너 권상우에 대해서도 칭찬을 늘어놨다.

"'추리의 여왕'이다 보니 완승 캐릭터를 해줄 남자배우가 많이 없는 상황이었어요. 저 역시 처음 대본을 보고서는 완승이 그렇게 돋보이지는 않았고요. 그런데 상우 씨가 대본을 읽고 나서 몇 시간 만에 하겠다고 했대요. 처음엔 무슨 마음으로 하겠다고 했을까 의아했는데, 첫 대본 리딩 때 놀랐죠. 날아다니더라고요. 상우 씨는 대본에서부터 완승이가 입체적인 캐릭터란 것을 알았던 거죠. 똑똑한 배우예요."

최강희가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거의 4년 만이다. 그는 2013년에 우울증을 앓아 어디서든 쉽게 나서지 못했던 속사정을 뒤늦게 털어놨다.

그는 "그때는 내가 보는 나의 능력이 매우 낮았고, 또 그 사실을 촬영장의 모든 사람이 아는 것 같았다"며 "특히 '화려한 유혹'을 할 때는 저와 너무 맞지 않는 옷을 입어서 목소리가 안 나오거나 손이 심하게 떨리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신앙의 힘으로 슬럼프를 극복했다는 최강희는 최근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더 좋은 배우가 돼야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했다. 연기 23년 차에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김혜자 선생님께서 그러셨어요. 남을 돕고 싶으면 더 훌륭한 배우가 돼야 한다고요. 그래야 제가 하는 일에 다른 사람들이 더 관심을 둘 테니까요. 그래서 곧 후배들과 연기 스터디를 결성하려고요. 함께 캐릭터를 연구하면 재미도 있고 연기도 더 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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