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째 개인전' 나얼 "성경은 예술의 원천…아름다움 나누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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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째 개인전' 나얼 "성경은 예술의 원천…아름다움 나누고파"
  • 연합뉴스
  • 승인 2017년 07월 07일 09시 07분
  • 지면게재일 2017년 07월 07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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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색채 강한 콜라주 등 전시…"누군가는 해야 할 일"
"가을 목표로 새 앨범 준비 중"
▲ [파라다이스 집 제공=연합뉴스]
▲ [파라다이스 집 제공=연합뉴스]
▲ [파라다이스 집 제공=연합뉴스]
▲ [파라다이스 집 제공=연합뉴스]
최정상 보컬리스트이면서 미술작가로도 활동해온 나얼(본명 유나얼·39)이 10번째 개인전을 연다. 그는 최근 서울 대학로로 작업실을 옮겼다. 2004년 첫 개인전을 열었던 고도갤러리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벌써 10년, 아니 13년이네요. 와아. 시간이 정말 많이 흘렀네요." 6일 서울 중구 장충동의 전시공간 파라다이스 집(ZIP)에서 만난 나얼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7일 개막하는 이번 개인전은 17점 중 2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1년여 사이에 작업한 신작들로 채워졌다. 작품들은 과거 작업들의 궤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방법적으로는 학창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콜라주 작업이 주를 이룬다. 버려지고 뜯긴 물건과 빛바랜 이미지들을 배치하고 드로잉을 더했다. 작가는 "버려진 것들과 관심 밖에 있는 것들을 새로운 창작물로 살려내고, 쓰레기나 다름없었던 그것들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과정이 제게는 기쁨"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눈에야 손 가는 대로 배치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브제들을 뗐다 붙이기를 반복하면서 조형적인 균형과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작업이기에 작가는 매우 고되다고 했다.

"만물이 주의 뜻대로 있었다"는 요한계시록 문장에서 따온 전시 제목 '포 다이 플레저'(For Thy Pleasure)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번 전시도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 2층 안쪽 회랑이다. 500년 전 종교개혁의 기치를 올렸던 마르틴 루터의 콜라주 액자 아래 긴 레드카펫이 깔려 있다.

"레드카펫은 순교자의 피, 예수의 피를 의미해요. 이들이 흘렸던 피, 인류를 대신해 겪은 고난을 레드카펫 위를 걷는 관람객들이 좀 생각했으면 해요."

레드카펫 반대편에 자리한 설치 작품과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놓인 야외의 거대한 대리석(을 가장한 스펀지)에도 종교적인 의미가 담겼다.

열정적으로 설명하느라 다소 상기된 얼굴의 작가는 "성경은 제 예술 작업의 원천"이라면서 "캐내도 캐내도 끝이 없고,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게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전시로 미술 작품의 아름다움을 다른 이도 함께 느꼈으면 한다고 밝히면서 동시에 "(하나님의) 진리가 무엇인지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신교를 고깝지 않게 보는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종교적 성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조심스럽지 않을까. 답을 잠시 망설이던 작가는 "신경이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10'이라는 수는 미술작가로 꾸준히 작업해왔음을 보여준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으니 '전공'을 살린 셈이기는 하다. 음악에서 대단한 성취를 이룬 작가에게 미술에도 이렇게 공력을 쏟는 이유를 물었다.

"제가 하는 작업이 대중음악이다 보니 대중을 의식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미술은 좀 더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나얼은 올가을 새 앨범 발매를 목표로 작업 중에 있음을 밝혔다. 평소와 달리 이번에는 앨범과 전시 기간이 겹치면서 힘들었다고.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음반 작업에 엄청 집중하고 있었어요. 곡 쓰고 편곡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개인전이 얼마 안 남았더라고요. 이 공간을 정말 멋지게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 음악 작업을 접고 미술 작업에 매진했죠."

전시는 9월 9일까지. 문의 ☎ 02-2278-9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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