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진 스메타나(Smetana, 1824~84)의 ‘나의 생애로부터’ 현악사중주곡은 스메타나 개인의 생을 반영해 만든 자서전적인 곡으로 청춘의 열정과 사랑의 기쁨, 청력 상실로 인한 좌절과 고통이 들어있는 걸작이다. 안정적인 리듬감과 정확한 음정에 기초해 만들어진 스메타나의 생애는 무수히 반복해서 연주해본 경험에서 우러나온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다. 특히 비올라연주가 들려준 찰지고 매끄러운 음색은 놀라왔다. 야나체크 사중주단에서 비올라는 일체감에서 벗어나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낼 때가 많았다.
후반부의 현악사중주곡 2번 ‘비밀편지’는 말년에 찾아온 새로운 사랑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했던 야나체크의 연인을 향한 고백이 음악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내밀하고 복잡한 마음은 전통적인 기법 위에 리듬의 난해함과 파편적인 울림으로 등장한다.
보헤미아의 대표적인 작곡가 스메타나와 가장 민족적인 음악어법을 사용한 야나체크, 체코의 전통에 깊이 천착한 수크는 모두 근현대 체코음악의 뿌리와 열매이다. 야나체크 현악사중주단은 과거로부터 내려온 체코의 정신을 온전히 음악에 담아 연주했다. 관객이 너무 적어 안타까웠지만 연주자와 청자의 마음이 음악으로 완벽하게 연결된 보기 드문 음악회였다. 오지희(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