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 '폴폴' … 정겨운 풍경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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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냄새 '폴폴' … 정겨운 풍경속으로
  • 최장준 기자
  • 승인 2006년 04월 06일 19시 00분
  • 지면게재일 2006년 04월 07일 금요일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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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인심 그리워 국밥맛 못잊어 4일, 9일 세상과 소통하는 장터
달력이 4, 9일을 가리키면 어김없이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 있다.
이른 아침부터 좌판이 개설되고 손님맞을 준비를 하는 대전 유성장.
손님들도 아침 공기를 가르며 이곳을 찾아 사람 냄새를 맡는다.
물건만 사고파는 곳이라 생각하면 오해다.
이곳에 나오는 사람들은 사람이 있어 모이고,
정이 있어 더욱 풍요롭다.

   
 
   
 
유성장은 여느 5일장처럼 박수소리나 호객소리가 요란하지 않고, 트로트 유행가 같은 노랫소리도 듣기 힘들다.

하지만 5일장에서 풍기는 활기찬 모습과 정겨움, 고향의 정을 듬뿍 느낄 수 있는 곳.

유성장은 대전 유성 장대동 일원 3000여 평에서 이루어지며, 고정 상인수 200여 명, 장돌뱅이 800여 명, 이용객수는 1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

요즘에는 봄을 맞아 모종들과 꽃나무, 과실나무가 장터 한켠에 자리를 잡았다.

새벽부터 자신의 집에서 가꾼 모종을 가지고 나온 장돌뱅이는 길가에 서서 판매돼 빠져나간 모종을 새로 갖다 놓으며 흐뭇함에 웃음을 짓는다.

손님들은 봄소식을 전하는 묘목과 집안에서 키울 수 있는 채소 모종을 고르며 작은 담소를 전한다.

오랜 단골처럼 서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물건에는 관심이 없는 듯 보이지만 떠날 때는 손에 뭔가를 들고 다른 좌판으로 발길을 옮긴다.

봄나물을 조금씩 캐고 주섬주섬 모아 유성장을 찾은 나이든 장돌뱅이들이 도로 주변 인도에 나란히 줄 맞춘 것처럼 앉아 봄의 따스함도 전한다.

싱싱한 봄나물과 막 밭에서 뽑아온 시금치, 미나리가 길가에 수북이 쌓이면 저녁 맛나는 봄나물 된장국과 저녁 반찬을 걱정하던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은 가격보다 더 많은 양과 더불어 세상 인심을 봉투에 담아 자리에서 일어선다.

엄마 손을 잡고 장터에 나온 아이들은 놀이터 옆에 가면 발길을 멈춘다.

놀이터에서 놀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 주변에 마련된 강아지, 토끼 등이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철망 안에서 강아지 들이 장난을 치며 재롱을 부리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닭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한바탕 울음(?)을 터뜨린다.

아이들은 귀여운 강아지를 사기 위해 엄마에게 떼를 쓰고, 가게 주인은 흥정에 들어간다.

아이들은 강아지를 보며 병아리도, 토끼도 눈에 밟히지만 엄마의 분주한 발놀림에 이내 아쉬움을 남긴다.

옷, 양말 좌판에서 봄옷을 들러보다 어딘선가 '펑'하는 소리에 고객들은 흥정을 하다 말고 고개를 돌려 그쪽을 쳐다보게 된다.

예전 시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뻥튀기 기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연기와 함께 옥수수와 곡물을 뿜어 내는 것.

뻥튀기 할아버지는 장사가 예전만 못하다며 토를 달지만 지나가는 아이들에겐 한 움큼 튀밥을 선뜻 건네는 여유를 보인다.

생선좌판 등을 거치며 장을 본 뒤는 출출함이 밀려 온다.

물건을 사는 중간 중간 거리에 마련된 김치파전과 막걸리 파는 곳에서 잠시 요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새소식을 전하지만 유성장의 별미는 순대국밥과 보리밥.

굳이 밥 때가 아니더라도 장터에 나온 이들이 가장 애용(?)하는 곳.

큰 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물을 큰 국자로 푹 퍼서 순대와 파를 넣어 손님에게 내놓는다.

순대국밥이 그리워 유성장을 찾는 이들도 있다.

뜨끈한 국밥과 막걸리 한 사발로 정을 느낀다는 김모(70)씨는 "어릴 때 어머니와 장에 나오면 이걸 꼭 먹었다"며 "지금도 그 맛을 느끼려고 장이 서는 날이면 꼭 찾게 된다"고 옛날의 정취를 조금씩 꺼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순대국밥집은 맛깔스러운 돼지껍데기 볶음, 닭발요리 등도 준비돼 있어 군침을 돌게 한다.

포장마차식으로 천막을 치고 보리밥을 파는 곳에는 된장국 냄새와 보리밥 냄새가 섞이며 정 넘치는 훈훈한 장터를 장식한다.

보리밥에 콩나물, 생채 등 2~3가지 나물과 고추장을 입맛에 맞게 넣고 싹싹 비벼, 구수한 된장국과 함께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밑반찬은 김치 한가지, 그래도 사람들의 줄이 끊어지지 않는다.

이곳을 찾은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보리밥의 애찬론을 펼친다.

"한끼 때우기는 이것이 최고지. 값도 싸고, 영양도 많고", "보리밥이 별미이면서도 왠지 정이 물씬 풍기는 것 같지 않아?"

이들은 보리밥으로 한아름의 세상 인심을 가슴에 안고 정겨운 세상을 만끽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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