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이야~ 뻥~! … 어여와~ 맛좀봐!

인심은 두배 근심은 절반

"뻥이야~~뻐엉~~!"

아이가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양 손으로 부여잡고 실랑이를 시작한다. 생선장수에게서 집에 돌아갈 차비라도 빼달라며 흥정을 하는 어머니는 아이의 심통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이는 결단을 내린 듯 혼자 달리기 시작한다. 하얀 목화송이 같은 뻥튀기를 얻기 위해서는 '뻥' 소리가 나기 전에 그곳에 도착해야 한다. 그것은 이미 알고 있는 아이는 어머니가 뒤따라 오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린다.

장터 목 좋은 곳에 자리잡은 뻥튀기 장수 곁에는 이미 열 댓 명의 아이들이 꼬물거리는 손가락으로 양 귓구멍을 막은 채 둘러서 있다.

뻥장수는 금방이라도 터뜨릴 것 같더니 여기저기 기계를 만져가며 뜸을 드린다.

시간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죽부인 모양의 기다란 철망이 기계 끝에 씌워지면 아이들은 주춤거리며 한두 발짝 뒤로 물러난다.

드디어 '뻥' 소리와 함께 기계가 한번 크게 들썩인다. 하얀 연기가 거치면 철망 밖으로 튀어나가 사방으로 흩어진 옥수수 뻥튀기를 주어먹기 위해 아이들이 달려든다. 주머니에서 딱지와 구슬이 새 나와도 상관하지 않는다.

뻥튀기 장수의 이 외침은 시골장의 추임새였고, 10분 마다 이어지는 시커먼 장구통 모양 기계의 들썩임은 여유 넘치는 시골 장터의 심장 박동이었다.

아이들을 한번 들었다 놓을 정도의 굉음을 자랑하던 이 기계는 지금은 신식 기계에 밀려 시골장터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4일과 9일에 장이 열리는 (대전)유성장에는 임흥관(68)씨가 지금도 옛날 그 기계를 들고 나와 장을 들썩거리게 한다.

시골장은 이말고도 우리네 어머니와 할머니가 살아계신 곳이다.

이맘때면 할머니들은 양지바른 곳에서 뜯어온 쑥과 냉이 등 봄나물을 장에 펼쳐 놓는다. 손자에게 줄 용돈벌이 밖에는 안되지만 할머니의 얼굴에는 봄햇살만큼이나 따듯한 미소가 피어난다.

화려한 조명이나 편리한 바코드 리더기는 없지만 장터에는 사람 냄새가 난다. 그 속에서 살아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대전과 충남·북에는 40여개의 전통 5일장이 열린다. 대전은 유성(4일)과 신탄진(5일)이 대표적인 5일장이다. 충남은 젓갈이 유명한 강경장(4일)과 마늘·생강이 좋은 서산장(2일), 웅어와 토기를 살 수 있는 부여장(5일)이 유명하고, 충북은 포도와 칡이 널려있는 옥천장(5일), 벼루가 많은 진천장(5일), 산채와 잡곡이 특산품인 청천장(1일)이 대표적이다.

▶대전·충청권 전통 5일장

충 청 남 도			충 청 북 도
장소	날짜	특 산 품	장소	날짜	특 산 품
강경	4,9	젓갈류,새우젓	괴산	3,8	마늘,고추,송이,인삼
공주	1,6	밤,인삼,쌀	단양	1,6	마늘,고추,산채
광천	4,9	김,새우젓,도자기	만승	3,8	고추,참외
금산	2,7	인삼,마늘,고추	무극	5,10	콩,참깨,고추
당진	5,10	밤,마늘,오이	미원	4,9	고추
대천	3,8	마늘,고추	보은	1,6	산채,대추,고추,꿀
부여	5,10	인삼,웅어,수박,토기	수안보	1,6	더덕,대추
삽교	2,7	땅콩,딸기	심천	3,8	고추,곡물
서산	2,7	어리굴젓,마늘,생강	양산	1,6	마늘,고추,곡물
서천	2,7	모시,곡물,마늘	연풍	2,7	고추,마늘,산채
서오한	1,6	포도,배	영동	4,9	감,호두,콩,사과
안면	5,10	생선,김	영춘	3,8	약초,고추
예산	5,10	사과	옥천	5,10	콩,감자,포도,칡
웅천	2,7	마늘,고추	음성	4,9	참외,밤,복숭아,고추
조치원	4,9	복숭아,고추,참외	제천	2,7	메주,땅콩
천안	3,8	호두,참외	주덕	3,8	참깨,고추,마늘
청양	2,7	표고,구기자	진천	5,10	포도,쌀,산채,참깨,벼루
추부	4,9	인삼,마늘,약초	청천	1,6	고추,산채,잡곡
한산	1,6	모시,곡물	충주	5,10	무,사과,참깨,고추
해미	5,10	채소,오이	황간	2,7	호두,감,고추,마늘
홍성	1,6	고추,마늘,새우젓
대 전
신탄진	3,8	농축산물,곡물
유성	4,9	채소,배,고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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